건물 증축 공사 대금이 과다하게 책정돼 재산상 손해를 입혔는지는 공사가 중단된 사후 시점의 기성고 비율이 아니라 ‘공사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성고는 약정된 총공사비 중 공사한 부분만큼의 공사비용을 말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성주배씨매곡공파종친회 회장 배모씨와 총무 배모씨에 대해 업무상배임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부당하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지급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종중 총회 의결 없이 친지들 서명만 받은 회의록으로 건축허가를 얻어, 전남 순천시 해룡면 종중 토지에 3층 규모의 건물 증축을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종합건축공사 자격이 없는 무등록 시공업자에게 총 공사대금 17억 3310만원 규모의 공사를 도급하기로 공모했다. 실제 공사비는 15억3310만원이었고, 피고인 사용 목적 2억원을 더한 가격이었다. 이후 피고인들은 계약에 따라 2023년 4월경까지 시공업자 측에 총 10억7000만 원을 지급했으나, 같은 해 7월 내부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쟁점은 배임죄에서 공사대금 과다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를 어느 시점으로 판단할지였다.
1심 재판부는 적정한 공사대금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자료가 부족해 손해 발생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공사가 중단된 시점을 기준으로 시공업자가 기성고 비율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보수의 상한액 약 8억8658만원을 산정한 뒤, 이미 지급한 10억7000만원이 이를 초과하므로 차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회장에게 징역 2년, 총무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및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해당 공사대금이 적정한 수준에 비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통해 충분히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사 중단 무렵 지급한 공사대금이 기성고 비율에 따른 보수의 상한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하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정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피해 종중이 공사대금 중 일부를 미리 지급했으나 상응하는 공정이 마쳐지지 않은 채 공사가 중단됐더라도, 피고인들에게 피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중 의결 없이 무등록 업자와 계약한 임무위배 사정이 있더라도, 적정 공사대금에 관한 객관적 증명이 없으면 배임죄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