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 한국의 뒷북 대응…北은 유네스코 등재 눈앞

北보다 2년 늦게 신청…남북 공동등재도 무산
한국 태권도 단독 심사는 빨라야 2030년
늑장 대응 논란에 정부는 “윤석열 정부 탓”

북한의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면서 대한민국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역사와 전승 문화를 둘러싸고 국제적 주도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주국인 한국 정부가 북한보다 2년 늦게 등재를 신청한 데다 남북 공동등재마저 사실상 무산되면서 늑장 대응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벌이는 태권도 시범 모습. 태권도진흥재단 제공

국가유산청은 5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리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평가기구의 권고가 대부분 최종 등재로 이어지는 만큼 북한의 단독 등재가 유력하다. 북한은 현재 아리랑(2014년), 김치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등재), 평양냉면(2022년), 조선옷차림풍습(2024년) 등 5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권도가 최종 등재되면 6건으로 늘어난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한국의 대표 무예다. 세계태권도연맹(WT) 회원국·지역은 215곳에 이른다. 반면 북한은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중심으로 별도의 경기 규칙과 수련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번 등재가 확정되면 북한의 태권도 전승 문화가 유네스코 공식 목록에 먼저 기록된다.

 

북한은 2024년 3월 태권도 단독 등재를 신청했다. 한국은 2년 뒤인 올해 3월에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명칭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이 제출한 태권도의 등재 평가가 상당 수준 진행되고서야 뒤늦게 신청한 셈이다. 정부는 2018년 씨름처럼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했다. 유네스코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공동등재는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의 단독 등재도 당장은 어렵다. 이미 등재 종목이 많은 국가는 통상 2년에 한 건씩 심사를 받는데, 한국은 올해 한지에 이어 2028년 인삼문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태권도는 빨라야 2030년에야 단독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보다 최소 4년 뒤에야 한국 태권도의 등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늑장 대응 논란이 커지자 국가유산청은 지난 4일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이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지난 정부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이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현 정부에 대해서는 국내 태권도 5개 단체의 의견을 조율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며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주도적인 조율 하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국가유산청은 태권도의 단독 또는 확장 등재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확장 등재에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됐다고 해당 유산의 기원이나 독점적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북의 등재 시차가 벌어지는 만큼 한국 태권도의 전승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후속 대응이 과제로 남았다.

 

한편 한국의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도 등재 권고를 받았다. 최종 등재되면 한국의 24번째 인류무형유산이 된다. 평가기구는 올해 심사한 59건 중 56건에 등재를, 3건에 정보보완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