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3쿼터까지만 했으면 좋은 팀’.
지난 5년간 프로농구 서울 삼성에 따라붙었던 뼈아픈 수식어였다. 20점 차로 앞서다가도 갑자기 실책이 속출, 역전패를 당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에게는 역전패의 공포가 찾아왔고, 패배 의식이 팀 전체를 지배했다. 그러나 2026∼2027시즌 KCC 프로농구 개막과 함께 삼성이 완전히 딴판으로 달라졌다. 구단 역대 최다 연승, KBL 최초의 ‘개막 9연승’이자 ‘1라운드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시즌 삼성의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시즌과 거의 그대로다. 오히려 센터 이원석이 상무에 입대했고, 감독 선임이 늦어진 탓에 외국인 선수도 그대로다. 외국인 1옵션으로 영입하려던 윌리엄스의 합류 불발로 전문가들의 예상은 ‘꼴찌’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58) 감독뿐. 그렇다면 삼성의 약진 이유는 ‘감독의 리더십’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살펴봤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김 감독은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한데 묶기 위해 ‘개인을 위한 개인플레이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선수들이 약속하고 실행에 옮기자 팀이 변했다. 팀에 반하는 행동이 줄어들며 팀워크가 생긴 것이다.
전술적 메시지도 명쾌했다. 김 감독은 복잡함을 버리고 팀에 맞춘 ‘간단하면서도 약속된 농구’를 이식했다. 스페이싱과 2대2 플레이, 외곽 지원이라는 기본 틀을 정립하자 각 선수의 잠재력이 극대화됐다. 케렘 칸터는 효율성 높은 골밑 기둥으로 거듭났고, 맥컬러는 궂은일에 헌신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플레이를 해주자 한호빈, 이관희, 이규태 등 국내 선수들도 철저한 톱니바퀴 수비와 외곽슛 지원으로 공수 밸런스를 완성했다. 그 결과 1라운드 팀 야투율 1위, 최소 실점 2위라는 압도적인 지표가 탄생했다. ‘기본과 원칙’이 생긴 무서운 팀. 이게 올해 삼성의 새 모습이다.
삼성의 연승 행진은 지난 11월1일 SK전에서 패하며 끝이 났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 농구의 대부 김영기 전 KBL 총재의 2남1녀 중 차남. 현역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고 기업은행, 프로농구 나산 플라망스, 안양 SBS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는 국가대표 감독(2018∼2021), 2022∼2023시즌에는 안양 KGC 사령탑을 맡아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남녀 우승에 이어 삼성 돌풍으로 농구를 보는 맛이 생겼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