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랜 붉은 벽돌 공장… 낡은 산업유산 디자인 자산으로 바꾼다

멈춰 선 옛 공장 쓰레기
예술작품으로 ‘새 생명’

바다·사람·환경 주제로
시민·여행객 직접 체험

80년 넘은 세월의 흔적이 남은 색 바랜 붉은 벽돌 건물. 한때 고무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에는 이제 기계 소리 대신 예술 작품이 뿜어내는 빛과 관람객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진다. 가동 중단 이후 방치됐던 부산 동래구 수안동 옛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이 문화·디자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탈리아 밀라노가 오래된 공장과 산업시설을 디자인·문화 공간으로 재생해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부산도 낡은 산업 유산을 디자인 자산으로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지난 4일 찾아간 옛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는 실시간 데이터를 빛으로 풀어낸 정혜련 작가의 작품과 세계적인 거장 쉬빙의 예술 프로젝트가 펼쳐져 있었다. 기계가 멈춘 공장은 어느새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디자인 전시장으로 변해 있었다.



부산 곳곳을 디자인 무대로 활용하는 ‘디자인-부산 2026’이 5일부터 15일까지 부산지역 6개 자치구에서 ‘바다, 사람, 환경’을 주제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11개국 15개 대학과 133개 기업이 참여한다.

핵심 공간인 옛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은 ‘쓰레기에서 경이로움으로’를 주제로 철근과 자투리 고무, 폐그물, 스티로폼 등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한다. 변대용 작가의 4m가 넘는 대형 북극곰 조형작품 ‘나의 곰’을 비롯해 정혜련 작가의 ‘마이그레이션’, 쉬빙의 ‘우주 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잠자리의 눈’ 등을 선보인다.

행사는 폐공장을 넘어 부산 전역으로 확장된다. 과거 와이어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수영구 F1963에서는 9개국 대학생들이 고령자 이동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해변 가구 등 생활 속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시민들도 부산 갈매기 모양의 모빌을 직접 만들어 전시할 수 있다.

부산 동래구 옛 동일고무벨트 공장에 들어선 디자인·문화 전시 공간.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아트홀에서는 국제 디자인 어워드 ‘DBEW(Design Beyond East and West) 2026’ 수상작을 전시하고, 폐인형을 재활용한 의자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는 9일부터 11일까지 디자인 페어가 열린다. 루메나와 옥스포드, 아커드 등 지역 기업들이 해양레저·생활용품과 산업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10일에는 국내외 바이어와 기업 간 상담을 통해 거래와 투자유치도 모색한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도 이어진다. 9일 디자인 서밋에서는 3개국 전문가 5명이 디자인의 역할을 논의하고, 11일 디자인 해커톤에서는 10개 팀 110명이 부산의 도시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F1963과 해운대플랫폼, KT&G 상상마당에서는 지역 24개 기업이 참여하는 ‘디자인 편의점’을 운영해 생활용품과 지역 브랜드 상품도 선보인다.

시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을 계기로 산업 유산과 문화, 일상 공간을 디자인 자산으로 활용하고 국내외 디자이너와 기업 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