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수리 매뉴얼/ 메리 로치/ 김명남 옮김/ 어크로스/ 2만3000원
인간은 망가진 몸을 고치고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연이 만든 인체의 정교함을 아직도 온전히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코를 새로 만들고, 빠진 머리카락을 되살리고, 다른 동물의 심장을 이식하는 시대가 됐지만,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신체 일부를 복원하고 대체하려는 인류의 오랜 도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의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2003년 데뷔작 ‘스티프’에서 죽은 몸이 과학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파헤친 이후 사후세계와 소화, 전쟁의 과학 등 남들이 선뜻 다루지 않는 주제를 독특한 시선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책에서도 해박한 과학 지식에 유머와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딱딱해지기 쉬운 의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인체에는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기계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제조사가 부품을 공급하거나 사후서비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저자는 실제 돼지 심장 이식 사례도 소개한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은 수술을 앞두고 의료진에게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으면 자신도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느냐”는 것이었다. 웃긴 일화지만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일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의 도전임을 보여준다.
몸의 일부를 없애는 것이 오히려 삶을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선천성 척추갈림증을 갖고 태어난 여성 주디는 척수 수술 이후 발이 뒤틀려 오랜 세월 감염과 수술을 반복해야 했다.
걷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는 발을 절단하고 의족을 착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겉보기에 멀쩡한 신체 부위를 제거해달라는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랜 논의 끝에 절단 수술이 이뤄졌고,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는 무엇이 정상적인 몸이고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 묻는다.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것. 몸의 일부를 잃더라도 고통에서 벗어나 움직이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인체를 수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래의 형태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재건 수술도 소개된다. 암으로 음경을 잃은 환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이용해 새로운 신체 부위를 만들어준 수술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의 뼈와 조직을 활용해 필요한 구조를 만들고 피부를 재구성했다. 신체의 한 부위로 다른 부위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활용한 것이다.
인공관절은 인체 수리 기술의 대표적인 성과다. 나이가 들면서 닳아버린 무릎이나 고관절을 인공 부품으로 바꾸는 수술은 이제 보편적인 의료 행위가 됐다.
하지만 뼈를 자르고 깎아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들을 뼈를 다루는 목수에 비유한다. 정확한 각도와 크기로 뼈를 가공하고 인공 부품을 고정해야 환자가 다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과 공학이 만나는 현장에서 인체는 더는 손댈 수 없는 자연의 영역만은 아니다.
저자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기술의 성취보다 그 한계다.
눈물막처럼 단순해 보이는 신체 구조조차 실험실에서 똑같이 만들기 어렵고,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과 연골의 구조, 눈의 자동 초점 기능, 심장의 끊임없는 박동도 자연의 정교함을 그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인공관절과 인공수정체를 몸에 넣고 살아가는 시대다. 우리 몸은 이미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 부품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이 만든 인체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망가진 몸을 고치려는 인간의 집요한 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몸 자체가 얼마나 경이로운 작품인지를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