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면전환용 북·미대화 가능성… 의회 견제 최대 변수 [美 ‘블루 쓰나미’]

한·미 외교·통상 현안 촉각

북·미 정상회담 개최 성사돼도
제재 해제 등 합의이행 힘들 듯
민주 장악 의회서 통과 불투명
유인책 불확실… 北 판단도 관건
트럼프 입지 약화 기회 여길수도

한·미간 통상 관계 변화도 주목”
우라늄 농축·핵잠 협의 파급도
靑 “선거결과 동맹에 영향 안줘”

미국 의회 권력이 야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북·미 대화와 대미 투자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북·미 정상외교에 힘을 쏟을 수 있지만, 대북제재 완화 등 후속 조치는 의회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분야에서는 행정부 권한을 활용한 관세·투자 압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 속에 우라늄 농축·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협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대화 향방은

 

북·미 정상회담에는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여소야대 구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대화 추진은 가능하다. 외교적 성과를 통해 국면전환을 꾀할 정치적 유인도 여전하다. 최근 북·미가 상호 비난을 자제하고 북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북한의 국가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분명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북·미 대화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김 부장이 직접 ‘대화’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제재 완화 등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경우 북·미 정상이 재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입법과 예산 통제, 청문회 등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어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제재 해제 등 합의 이행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적 판단도 주요 변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 간 담판이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미국 대통령과 협상할 유인이 얼마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구조적 불신 역시 대화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를 북한이 외교적 기회로 여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북한 인권문제를 중시하는 민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미국과 관계 개선의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하노이 때는 대화의 입구부터 북한이 핵무기 시설을 일단 내어줬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조건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2년이 미국과 화해의 출구를 찾을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관세 압박, 안보협의 변화는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 지형은 대미 투자와 관세 등 한·미 통상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일단 미국의 관세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통상 조치가 대부분 행정부 권한인 만큼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급격한 정책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이 단기간에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통상 압박과 대미 투자 환경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국제통상학과)는 “트럼프는 트럼프대로 압박하고 의회는 의회대로 압박할 수 있다”며 “기존에 약속한 투자 외에도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우라늄 농축·재처리, 핵추진잠수함 후속 협의에도 변수다. 정부는 행정부 간 협의라는 점과 동맹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근거로 의회 구성 변화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가 이행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특정한 선거 결과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한·미 동맹은 70년 이상 미국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굳건히 발전해 온 관계”라며 행정부·의회와 협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