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해부대 작전반경 확대, 국익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호르무즈 인근까지, 초계기 등도 투입
美 파병 요구 화답… 동맹 강화 계기로
정치권도 정쟁 접고 초당적 협력해야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와 관련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국방부는 어제 청해부대의 임무 구역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남방 해역까지 확대하고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 소해장비 등 추가 전력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신중론을 펴온 정부의 이번 결정은 늦었지만, 국익과 한·미동맹 차원에서 옳은 방향이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전쟁개입을 피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사적 기여요구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절충안 성격이 짙다. 대미 투자와 안보협의, 대북정보 공유제한 등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미동맹의 신뢰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경제안보 현실을 고려하면 해상로 안전을 지키는 건 더 미룰 수 없는 화급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정도로 만족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안에는 청해부대가 해협 밖에서 활동하고 이란 영토·영해 탐지도 제한돼 있다. 가뜩이나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확전에 나설 경우 한국에 추가전력 투입과 기뢰작전 참여 등을 압박할 수 있다. 이란도 전쟁개입으로 간주, 보복에 나서지 말란 법이 없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20년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당시에도 이란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하지 않았나.



이제 이번 조치가 외교·안보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대응에 총력을 다할 때다. 정부는 가용한 외교채널을 가동해 이번 결정이 양국 국익과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할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가며 국제법의 틀 안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란에 대해서도 우리 의도가 상선보호와 해적퇴치라는 점을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념갈등과 국론분열로 번져서도 안 될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청해부대를) 전쟁의 바다로 보낸다”, “파병을 파병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식 눈치 외교”라는 식의 비판이 나오니 걱정스럽다. 정부는 작전 대상과 범위부터 부대원들의 안전확보, 행동하지 않을 때 치러야 할 안보·경제 비용 등까지 관련 정보를 소상히 공개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당리당략을 벗어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