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체면 구긴 韓… 태권도, 北 단독 등재

유네스코, 등재 확실시 ‘권고’ 판단
당국, 늑장대응 논란에 “尹정부 탓”

‘한지’ 24번째 인류무형유산 앞둬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북한의 전통 무술’로 등재된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한국이 쌓아온 위상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국기원은 올림픽 등 대회 경기 운영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5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등재가 확실시되는 ‘권고’ 판단을 내렸다. 최종 등재 여부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 나지만 ‘권고’가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국기(國技)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북한의 전통 무술’로 등재될 전망이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우리나라가 가진 위상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5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2024년 3월 유네스코에 태권도 단독 등재를 신청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남북 공동 등재 가능성 등을 타진하다 올해 3월 말에야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라는 명칭으로 뒤늦게 등재 신청서를 냈다.

 

늑장 대응 논란이 커지자 국가유산청은 지난 4일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이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지난 정부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이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윤석열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현 정부에 대해서는 국내 태권도 5개 단체의 의견을 조율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며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주도적인 조율하에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남북이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따로 한 태권도의 뿌리는 하나다. 하지만,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오랜 기간 각자의 길을 걸으며 다른 스타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은 세계태권도연맹(WT) 중심으로 태권도를 ‘스포츠’로 발전시켜 세계에 보급하고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까지 이뤄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연맹도 WT다.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주도하는 북한은 전통 무예의 수련 규율, 손과 발을 이용한 직접 타격 기술 등을 더욱 강조하며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좀 더 간직해 왔다.

 

국가유산청은 북한이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에 먼저 올리더라도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미 세계화를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기원 관계자는 “세계태권도연맹(WT)을 중심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대회) 경기 운영 측면에선 크게 우려될 사항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