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앞둔 단원고 학생들의 흔적… 유네스코 기록유산 됐다

2014년 4월, 경기 안산 단원고 교실에 걸려 있던 달력에는 수학여행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날짜를 지워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세월호 인양 후 발견된 일정표에는 여행 중 입을 옷을 고민한 글씨가 적혀 있다. 평범했던 학생들의 일상을 간직한 이 기록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올랐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걸려 있는 달력.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총회에서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모습부터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 노력, 시민들의 추모 활동까지 담은 기록물이다. 23만5220점에 달하는 자료에는 학생들의 달력과 수학여행 일정표뿐 아니라 교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과 참사 이후의 기억도 담겨 있다.

 

특히 국가나 기관이 아닌 유가족과 생존자, 시민들이 직접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나 기업의 공식 기록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재난의 상처와 공동체의 회복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과정 자체가 재난의 고통을 치유하고 사회적 기억과 연대를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인양 후 뻘에서 발견된 단원고 수학여행 일정표. 국가유산청 제공
수운잡방 본문. 국가유산청 제공

함께 등재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전통 조리 지식을 담은 기록물이다. ‘수운잡방’은 16세기 안동의 유학자 김유와 손자 김령이 집필한 한문 조리서로, 술과 김치, 장류 등 114종의 음식 조리법이 담겨 있다.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안동 장씨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한글 조리서다. 현존하는 자료 중 양반가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형태의 조리서로, 여성들이 음식 문화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음식디미방 본문. 국가유산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아태 지역목록 기록유산은 총 8건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