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말고 대안”…추미애의 전두환 ‘달빛정책’ 소환 [오상도의 경기유랑]

도의회 대집행부 질문서 재정위기 난타하는 야당에 정면 반박
“칼 살 돈도, 도마 살 돈도 없어…지방채·기금 반대하려면 묘책”
소방인건비 국비 전환 강조…“정치적 화형 감수, 민생 재원 확보”

지난 2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을 국정운영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의 위선을 비판하려는 취지로 읽혔다. 

 

전두환 정권이 군사 독재와 비리를 저지르면서 정의사회 구현을 전면에 내걸었던 역설을 인용하며 자신의 부정에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선 가혹한 이중잣대, 내로남불 행태를 직격했다.

 

5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전 전 대통령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인용됐다. 주인공은 추미애 경기도지사다. 앞서 추 지사는 2020년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끈 군부 사조직 ‘하나회’가 일으킨 군사쿠데타를 소환한 바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을 “군의 하나회에 비견되는 검찰 사조직의 쿠데타”라는 취지로 비유해 파장을 일으켰다.

 

◆秋, 법무부 장관 시절 ‘하나회·검찰 쿠데타’ 소환

 

이런 추 지사는 5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대집행부 질의에서 또다시 전 전 대통령을 끄집어냈다. 그는 “존경하지 않는 분이라 되도록 인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 번 꺼내보겠다”며 도의회의 민생예산 복원 요구와 재정 난맥상 비판에 맞섰다.

 

이어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같은 진영에서 비판하자 전 전 대통령이 이들을 나무라며 ‘비판만 하지 말고 달빛정책이라도 갖고 오시오’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생의 절박함에 안쓰럽고 눈에 밟힘에도 예산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 고통스럽다”며 “민생을 복원하려면 비판에 그치지 말고 묘책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

 

5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5회 정례회. 경기도 제공

내년도 본예산 편성 및 민생예산 삭감 논란에 대한 도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대안 없는 비판’이라며 날을 세운 것이다.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난 속에서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마저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단순한 비난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라는 압박이다.

 

이날 추 지사의 전 전 대통령을 인용한 화법과 이 대통령의 발언은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극단적 반면교사(反面教師)다. 민주진영에 있어 전두환은 민주주의 훼손의 상징이므로, 상대방의 정책·태도가 전두환 정권과 비슷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비판 수단이 된다.

 

두 번째는 역설적 인용을 통한 압박이다. “심지어 독재자 전두환조차도 ~라고 했다” 혹은 “독재정권의 구호만큼 위선적”이라는 식으로 역설적 비유를 통해 대안 요구나 내로남불 비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추 지사는 국민의힘 도의원들을 향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취득세가 막히고 세입 여건이 안 좋아 돈이 없는데, 단순히 돈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 난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반면교사·역설의 압박…李·秋의 ‘전두환 인용’

 

추 지사는 국민의힘 측이 삭감 추경 및 본예산 편성 과정을 두고 ‘예산 난도질’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세를 펼친 데 대해서도 강경한 어조로 반박했다.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난도질한 것이 아니다”라며 “저에게는 칼을 살 돈도, 도마를 살 돈도 주어지지 않은 게 절박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소방 재정 개혁을 촉구하며 ‘정치적 화형’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추 지사는 “제가 화형을 당하더라도 소방인건비는 국가 부담으로 해 달라고 한 것은 정치적으로 튀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세입 한계에 대한 절규이자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7년도 기준 소방인건비만 1조2000억원이 넘는데, 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준다면 그 재원을 곧바로 도민 민생 바구니에 담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별명이 ‘추다르크’라고 해서 화형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에 좋지 않은 표현까지 써가며 호소하는 건 도정 재정위기 극복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달라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5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사회적연대경제, 다문화·이민, 동물복지 관련 조직 축소 논란에 대해 추 지사는 “기능 축소가 아닌 실질적 강화”라며 “경제산업실로의 확대 및 전문 부서 재배치를 통해 도정 효율성을 높이고 외국인 정착과 사회 통합에 집중하려는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홍은광 도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예산 기초안은 가용 재원 1조6500여억원을 바탕으로 한 최소한의 ‘논의용 빈칸 예산’일 뿐 확정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도는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지방채 발행과 기금 예치금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오는 11일 최종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의회는 내달 17일까지 이어지는 정례회 기간 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