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하후상박’, 10년 뒤엔 노인빈곤율 되레 높인다

2035년 노인빈곤율, 개편안 38.89%…현행 유지(38.52%)보다 0.37%포인트 높아
소득 하위 45∼70% 연금액 묶이면 10년 새 실질 가치 19.6% 줄어
뉴시스

소득이 적은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는 정부의 ‘하후상박’ 개편안이 장기적으로는 노인빈곤율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초기에는 빈곤율을 낮추지만 10년 뒤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아래 구간을 두텁게 한 효과보다 위 구간 연금액을 묶어 둔 데서 생기는 손실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앞선 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편을 위한 시민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의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 평가 및 대안 탐색’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4년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 자료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인구구조와 소득·재산 변화를 반영해 현행 제도와 정부 개편안, 두 가지 대안의 빈곤 완화 효과를 비교했다. 개편안에서 소득 하위 45% 이하 연금액은 해마다 물가에 맞춰 오르고 45∼70% 구간은 2035년까지 35만원에 묶인다고 가정했다.

 

정부 개편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틀은 그대로 두고 소득 하위 30%에 월 38만원, 30∼45%에 35만9000원, 45∼70%에 35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지금은 대부분 수급자가 월 35만원 수준의 같은 기준연금액을 받는다.

 

◆ 처음엔 낮추지만 10년 뒤 뒤집힌다

 

2024년 자료에 개편안을 적용하면 노인빈곤율은 35.41%로 현행 제도(35.87%)보다 0.46%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2035년에는 개편안 38.89%, 현행 유지 38.52%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도입 초기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은 앞서도 나왔다. 지난 9월 2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선임연구위원의 모의분석은 정부안을 적용하면 2024년 기준 노인빈곤율이 35.87%에서 35.57%로 0.30%포인트 낮아진다고 봤다.

 

◆ 왜 10년 뒤엔 덜 받게 되나

 

역전의 주된 원인으로는 45∼70% 구간 동결이 꼽혔다. 물가는 오르는데 연금액이 35만원에 묶이면 10년 동안 실질 가치가 19.6% 떨어진다.

 

그 결과 2035년 수급자 가운데 37.1%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연금을 덜 받는 것으로 추계됐다. 1인당 월평균 4만6000원 적은 수준이다.

 

연금액을 올려 주기로 한 중간 구간도 영향을 받는다. 하위 30∼45% 연금액만 물가를 따라 오르면서 바로 위 구간과의 차이가 월 8900원에서 2035년 7만7100원으로 벌어진다.

 

정부는 경계선 근처에서 아래 구간 노인의 총소득이 위 구간을 앞지르지 않도록 연금 일부를 깎는데, 이 감액 대상이 중간 구간의 6.9%(2024년)에서 12.3%(2035년·27만9200명)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수급자 규모도 그대로다. 2035년 기초연금 수급률은 현행 유지와 개편안 모두 69.3%로 추계됐다. 소득 하위 70%라는 선을 둔 채 급여액만 나눴기 때문이다.

 

결국 개편 효과는 정부가 45∼70% 구간 연금액을 언제까지 묶어 두느냐에 달려 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단체들은 행사 공지에서 정부가 중기재정전망조차 없이 단년도 개편안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 대안은 ‘모자란 소득 채우기’

 

연구진은 하후상박 외에 두 가지 대안도 분석했다. 보충적 소득보장(KGIS)은 현행 기초연금은 유지하면서 노인의 소득이 일정 기준(기준중위소득 32%)에 못 미치면 부족한 금액을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2035년 노인빈곤율은 33.32%로 현행 유지보다 5.20%포인트 낮아져 세 방식 가운데 빈곤 완화 효과가 가장 컸다. 다만 그만큼 재정이 더 든다.

 

최저연금보장(MP)은 일정 수준의 최저연금액을 보장하되 다른 연금소득을 반영해 부족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35년 노인빈곤율은 34.61%로 현행 유지보다 3.9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국민연금 등 기존 공적연금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만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주 박사는 “하후상박 개편이 급여 배분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칠 경우 노인빈곤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금의 역할을 단순한 급여 차등 지급에서 저소득 노인의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개편안은 기초연금법을 고쳐야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연내 입법을 마치고 내년 4월 시행한다는 목표다. 개편안대로라면 소득 하위 45∼70%에 드는 약 290만명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월 35만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