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남정훈 기자] “어떤 소형준이 진짜인가?”
2회까지 3피안타 5볼넷, 3회부터 6회까진 탈삼진 6개 포함 퍼펙트. 대체 2회까지 공을 던진 건 누구였단 말인가. KT 선발 소형준이 롤러코스터 같은 피칭으로 팀을 들었다 놨다.
소형준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4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5볼넷 6탈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KT와 삼성은 수원에서 1승씩을 나눠갖고서 대구로 내려왔다. 3차전은 이번 한국시리즈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로 맞선 상황은 총 18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3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최종 우승까지 차지한 경우는 16차례로, 우승 확률이 무려 88.9%에 달한다.
KT와 이강철 감독의 큰 기대 속에 3차전 선발로 나선 소형준은 2회까지는 제구력이 극악이었다. 주무기인 투심은 스트라이크존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날렸다. 존 아래로 떨어지거나 아예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이 많았다. 제구 불안이 극대화된 모습이었다.
1회 삼성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소형준은 2번 김성윤의 희생번트 시도를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냈지만, 구자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최형우에게도 3연속 볼로 시작한 소형준은 3B-1S에서 한 가운데 던진 투심을 통타당해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1-1 동점이 됐다. 이어 디아즈를 상대론 0B-2S를 잡고도 내리 볼 4개를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평소 소형준답지 않은 제구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영웅을 유격수 땅볼로 병살타 처리하며 대량 실점의 위기는 넘겼다.
2회에도 소형준의 영점은 잡히지 않았다. 이재현과 류지혁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강민호의 희생 번트 시도가 포수 파울 플라이가 되며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김지찬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또 다시 1사 만루에 몰렸다. 김성윤에게 유격수 방면 깊은 땅볼을 허용해 두 점째를 내준 소형준은 구자욱에게도 2B-0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들어간 한 가운데 커터를 통타당했다. 쭉쭉 뻗은 이 타구는 우익수 안현민의 글러브에 맞고 우익선상으로 흘렀다. 1,3루 주자는 모두 홈을 밟았고, 햄스트링 힘줄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주루를 할 수 없는 구자욱마저 3루까지 경보로 들어갈 수 있는 3루타가 됐다. 구자욱이 평소의 주루 능력이었다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될 수도 있었다.
3회부터는 180도 달라진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전매특허인 투심은 갑자기 스트라이크존에 절묘하게 들어가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난공불락의 투수가 됐다. 6회까지 볼넷 없이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피칭을 보였다.
소형준이 3회부터 4이닝 퍼펙트로 버텨줬지만, KT는 1-4로 뒤진 경기를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 삼성 마운드에는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이자 플레이오프 MVP 후라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 소형준에 비해 투심 구사 비중은 적지만, 포심과 투심, 커터 등 패스트볼 3종 세트에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며 타자들의 범타를 이끌어내는 후라도의 피칭은 이날도 여전했다.
1회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2루타를 맞은 뒤 2사 후 힐리어드에게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후라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2회부터 7회까지 안타 4개를 더 맞긴 했지만, 연속타를 맞지는 않는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으로 홈을 허용하지 않았다. 6회까지 93구를 던진 후라도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1사 후 대타 장진혁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대타 최원준을 유격수 플라이, 대타 이정훈을 1루 땅볼로 처리하며 7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자책)으로 이날 등판을 마쳤다. 투구수는 108구. 1차전 선발 최원태가 2이닝 만에 강판되고, 2차전 연장 12회까지 가느라 불펜 소모가 컸던 삼성에 단비 같은 투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