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도의 불룩한 배는 ‘이닝 먹방’ 덕분? KS 3차전도 7이닝 ‘먹방쇼’ 펼친 후라도 “민호 형도 아픈데 뛰는 데 나도 무조건 더 던져야”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대구=남정훈 기자] 삼성의 ‘파나마 특급’ 아리엘 후라도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룩나온 배는 이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게 분명하다. 후라도의 ‘이닝 먹방쇼’가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됐다. 올 가을 최강 투수는 후라도가 맞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발 후라도가 6회초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공수교대 때 강민호 포수와 장난을 치고 있다. 뉴스1

후라도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4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무4사구 1실점(자책) 완벽투로 삼성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 0-8로 뒤지다 7,8회에만 7점을 내는 집중력을 선보이며 KT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삼성은 2차전을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이날 승리로 88.9%의 확률을 잡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로 맞선 18차례 중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건 16차례다.

 

삼성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후라도였다. KIA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6.2이닝 3실점(2자책), 5차전서 7이닝 1실점(비자책) 등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던 후라도는 이날도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7회초 2사 2루 KT 이정훈 땅볼 때 삼성 선발 후라도가 1루수 디아즈 송구를 받아 1루 터치아웃으로 이닝을 마치고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으로선 후라도의 호투는 물론 긴 이닝 소화가 절실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최원태가 2이닝 5실점의 ‘최악투’로 인해 불펜 소모가 컸고, 2차전에서도 페덱이 7이닝을 버텨주긴 했으나 연장 12회까지 가는 바람에 원태인까지 써야했다. 박진만 감독의 마음을 알았을까? 후라도는 자신이 왜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출발은 살짝 불안했다. 1회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2루타를 맞은 후라도는 안현민과 김현수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나 했지만, ‘천적’ 힐리어드에게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안 넘어간 게 다행일 정도였다.

 

그러나 힐리어드에게 맞은 적시 2루타가 이날 후라도가 허용한 실점의 전부였다. 2회부터는 포심(18구)-투심(28구)-커터(10구) 등 패스트볼 3종 세트에 체인지업(29구), 커브(23구)까지 5개 구종을 고루 섞어 던지며 KT 타자들이 스윗 스팟에 공을 맞추는 것을 차단했다. 2회부터 7회까지는 선두타자의 출루를 억제했고, 안타를 맞더라도 연속 안타를 맞지 않으며 KT의 안타를 모두 산발 처리했다.

 

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7회초 삼성 선발 후라도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격려받고 있다. 뉴시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6회 2사에서 힐리어드의 타구에 공을 던지는 손인 오른손을 맞은 것. 그러나 후라도는 별일 아니라는 듯 툭툭 털고 장성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6회를 마쳤다.

 

6회까지의 투구수가 93구였지만, 최고의 이닝이터답게 7회 마운드에도 올랐다. 1사 후 대타 장진혁에게 2루타를 맞긴 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대타 최원준과 대타 이정훈을 범타로 처리하며 7회까지 정리했다. 투구수는 108구.

 

이날 후라도는 볼넷이나 사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칼날 제구력을 자랑했다. 2회까지 볼넷만 5개를 허용한 소형준에게 ‘제구력이란 이런 것’이라고 강의하는 듯한 투구였다.

 

최원태의 선발진 아웃으로 4차전 선발에 빈 자리가 생긴 삼성이지만, 후라도가 7이닝을 먹어준 덕분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4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데일리 MVP는 당연히 후라도의 차지였다. 

 

박진만 감독이 경기 총평 때 가장 먼저 꺼낸 이름도 후라도였다. 박진만 감독은 “후라도가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모두 잘 던졌다. 3경기 모두 7회까지 마운드에 서 있었다.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라고 치켜세웠다.

 

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초 삼성 선발 후라도가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6회에 손을 맞았고, 93구까지 던진 후라도였기에 7회 마운드에 세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박진만 감독은 “6회를 마치고 내심 7회까지 던져주길 바라면서 ‘더 던질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던지겠다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라면서 “3회까지 투구수가 60구가 넘어서 6회까지 던지겠구나 했는데, 7회까지 버텨줬다. 후라도에게 가을야구가 끝나면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후라도는 ‘캡틴’ 구자욱과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했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라이온킹’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은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MVP로 후라도를 예상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후라도는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내 목표는 MVP가 아니라 그저 마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시리즈 MVP가 될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후라도가 6회에 타구에 공을 맞고도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건 왼쪽 옆구리 부상으로 제대로 스윙조차 못하는 상황에서도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강민호의 투혼도 한 몫 했다. 후라도는 “6회를 마치고 민호 형이 손 괜찮냐고, 더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민호 형도 아픈 상태로 뛰고 있는데, 나도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3회까지 61구를 던졌지만, 이후 4이닝을 47구만에 막아낸 비결에 대해 묻자 후라도는 “투구 수를 줄이려는 생각보다는 강한 공을 던지자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투구에 임한 게 잘 통한 것 같다. 그리고 몸이 열리는 것 같아서 빨리 바꿨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 팀 승리를 도울 수 있어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발 후라도가 역투하고 있다. 뉴스1

후라도의 올 시즌은 쉽지 않았다. 시즌 도중 오른쪽 어깨 근막 손상과 극하근 염증 진단을 받아 6주간 이탈해야 했다. 그러나 부상 회복을 하고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고, 가을야구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보이고 있다. 후라도는 “맞다. 올 시즌은 정말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까지 220이닝 가까이 던졌고, 올 시즌 시작 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다녀와 팔에 피로감이 컸다”면서도 “그러나 그건 이미 지난 얘기다. 우리는 남은 시리즈에서 집중해서 싸우는 일만 남았다. 내가 다시 선발로 나간다면 더 잘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