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수·지역 정당 출신’ 대통령으로 국민 통합 노려

CSU 소속 아이그너 바이에른 州의회 의장
원내 44석 불과 소수당에 지역 정당 ‘한계’
확정되면 ‘첫 여성 대통령’ 영예도 안게 돼

독일 연립정부가 ‘차기 대통령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가운데 연정 내 소수당인 기독사회당(CSU) 소속 인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CSU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에서만 활동하는 지역 정당으로, 자매 정당인 기독민주당(CDU)과 손잡고 오랫동안 독일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의례적·상징적 국가원수 노릇에 그치나, 이제껏 남성들만 맡아 왔다는 점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독일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일제 아이그너(61) 바이에른 주의회 의장. 소수당이자 바이에른 지역 정당인 CSU 소속이다. 당선이 확정되면 독일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CDU/CSU 연합 지도부는 바이에른 주의회 일제 아이그너(61) 의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AFP에 “CDU 대표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아이그너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CDU/CSU 연석 회의에서 최종 승인만 이뤄지면 아이그너는 2027년 1월30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독일 대선은 연방의회 하원의원 및 16개주 대표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실시된다. 사회민주당(SPD) 출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71) 현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3월18일 끝난다.

 

현재 독일은 원내 1당인 CDU/CSU 연합(208석)이 주도하고 여기에 3당인 SPD(120석)가 참여하는 형태의 연정을 운영하고 있다. CDU/CSU 연합 208석 중 전국 정당인 CDU가 164석, 바이에른주에만 후보를 내는 CSU는 44석이다. 소수당인 CSU가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것은 다수당인 CDU가 크게 양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CSU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가 메르츠를 끈질기게 설득한 것이 결국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죄더는 오래전부터 아이그너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고 메르츠 등 CDU 지도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메르츠는 애초 다수당인 CDU의 ‘기득권’을 강조했으나, CDU/CSU 연합 유지와 국민 통합 등 여러 효과를 감안해 결국 소수당이자 지역 정당 출신 대통령 탄생 쪽으로 돌아섰다.

 

일제 아이그너 독일 바이에른 주의회 의장(왼쪽)이 지난 2009년 9월 옥토버페스트 개막식에서 바이에른 전통 여성 의상인 디른들 드레스를 입은 채 호르스트 제호퍼 당시 CSU 대표와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당시 서독) 출범 후 현재까지 CSU 소속 정치인이 대통령에 오른 사례는 없었다.

 

아이그너는 1964년 바이에른 로젠하임에서 태어났다. 전기 설비 업체를 운영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전기 기술자 자격을 취득하고 1990년대 초까지 엔지니어로 일했다. 1994년 CSU 소속의 직업 정치인으로 전환해 바이에른 주의회 의원, 연방 하원의원 등을 지냈다. CDU 대표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인 2008∼2013년 식량농업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이후 베를린 중앙 정치 무대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바이에른 주의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축제인 ‘옥토버페스트’ 때마다 바이에른 전통 여성 의상인 디른들 드레스를 입고 주민들과 나란히 맥주를 즐기는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인기가 높다.

 

요즘 독일은 정치적 양극화 심화와 그에 따른 극우·극좌 정당들의 약진 속에 특히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의 득세가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소수당 출신인데다 평소 AfD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온 아이그너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독일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