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청장들의 잇단 파격 발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방위사업청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출범했다. 진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국방 개혁의 일환이었다. 전에는 국방부 직속 조달본부가 각종 무기, 장비 등 군수 물자 조달을 전담했다. 자연히 군납을 둘러싸고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현역 및 예비역 육군 장성들이 국방부를 좌우했다. 해·공군에선 “육군 중심의 전력 체계 증강만 고려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노 대통령은 ‘군수 물자 조달의 투명성 제고’와 ‘육·해·공군 3군 균형 발전’을 명분 삼아 방사청 신설을 밀어붙였다. 노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이용철(66) 변호사가 2005년 방사청 개청 준비단 부단장을 맡은 데 이어 이듬해 방사청 초대 차장에 임명돼 10개월가량 재직했다.

 

지난 3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경남 거제에서 열린 3600t급 잠수함 ‘서희함’ 진수식에서 사업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청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2008년 이명박(MB)정부 집권 후 방사청은 정권 핵심 인사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국방부는 예전 조달본부 시절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듯 방사청 폐지와 국방부로의 재흡수를 주장했다. 해·공군은 결사 반대했다. MB는 방사청을 그대로 두는 대신 청장 임명 관행을 바꿨다. 2010년 8월 그때까지 예비역 장성들이 도맡아 온 방사청장에 행시 출신의 민간인 관료를 임명한 것이다. 조달청장과 국방부 차관을 지내 ‘조달’과 ‘국방’에 모두 밝은 장수만 청장이 주인공이었다.

 

비록 장 청장은 취임 4개월 만에 낙마했으나 군인 말고 경제에 밝은 관료 출신을 방사청장에 앉히는 관행은 문재인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윤석열정부 시절 예비역 장성한테 방사청을 맡기는 옛 관행이 부활했다. 청장의 출신과 무관하게 방사청이 30년간 존속하는 동안 한국이 세계적인 방산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날 ‘K방산’의 성공 뒤에는 방사청을 신설한 노 대통령의 혜안과 국방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방사청을 존치시킨 MB의 결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용철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임 실장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0월14일 이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노무현정부 시절 방사청 차장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를 방사청장에 임명했다. 법조인이 방사청을 이끌게 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 방산업계의 이목이 이 청장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약 1년 세월이 흐른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이 청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방사청장에서 법무장관으로 옮긴다니, 다소 생뚱맞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기용된 것 이상의 파격이다. 이 대통령이 현 정부의 청장들을 중시하는 걸까, 아니면 직책과 무관하게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에서 비롯한 발탁일까.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만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