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기 못 들어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구립 선유도서관에 위치한 청소년 전용공간 ‘사이로’에서 만난 한 학부모가 전한 아이의 반응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어른들은 출입금지라 아이가 여기 올 때부터 되게 기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이로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낀 12~16세 트윈세대가 독서·음악·요리 등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이로가 있는 선유도서관 2층에 도착하자 입구 곳곳에서 ‘여기는 저희 공간이에요. 함부로 들어오지 말아 주세요!’와 같은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 출입금지. 사이로는 우리가 지킨다’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입구 한편에서는 사이로의 마스코트 ‘샤이’ 패널이 방문객을 맞았다.
구는 2024년 재단법인 씨앗으로부터 기금 10억원을 지원받아 선유도서관 2∼3층에 사이로를 조성했다. 전북 전주, 경기 수원, 세종 등의 지역에도 각기 다른 이름의 트윈세대 전용공간이 있지만 서울에서는 사이로가 최초다.
사이로는 사업비 8000만원을 지원받아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4일 다시 문을 열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실제 이용자인 13∼14세 청소년 10명으로 구성된 ‘공간경험개선단’이 있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공간을 살펴보고 이용 경험을 나누며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평소 공간을 쓰는 이용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기획자로 참여했다.
아이들의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혼자 몰입하거나 아늑하게 머물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밀기지 같은 느낌을 원하면서도 완전히 막힌 곳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했다. 친구들과 소규모로 만들기를 할 탁자도 필요했다. 게임과 밴드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여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를 반영해 1인·소규모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연주존에는 문을 추가로 설치했다. 기존 사진존은 LP와 CD를 감상하고 보드게임, 신간도서 등을 즐기는 라운지존으로 바꿨다. 메이킹존은 전시 공간을 넓히고 4인용 테이블을 설치했다.
아이들이 어려운 책에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꺼드럭존’도 마련했다. 각 칸에는 책의 활용 방법과 읽고 얻을 수 있는 점을 소개해 도전을 돕는다. 사이로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책 한 권만 봐도 ‘나 이 책 읽었어’라고 꺼드럭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는 데서 나아가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존도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새롭게 단장한 사이로를 둘러봤다. 곳곳에 놓인 아이들의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는가 하면 아이들과 인사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평소에는 어른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에 깜짝 손님이 등장하자 “구청장님이세요?”라고 묻는 아이도 있었다. 조 구청장의 명함을 받아 든 아이는 신이 난 듯 춤을 추기도 했다.
이후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진 조 구청장은 “생활환경은 아이들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라며 “사이로는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선후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이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 대체공휴일에는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