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신문선 “왜 내가 돌 맞고 피 흘려야 하나”…대한축구협회장 출마 고심

선거인단 192명에서 2만명 이상으로 확대 추진…숫자보다 공정성 강조
권역별 후보자 토론회·선거운영위 독립성 제안…선거 제도 개혁 촉구
축구협회 재정 건전화·유소년 육성 과제 제시…“대표팀 아닌 축구팬 위한 행정”

대한축구협회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차기 수장 후보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축구해설가이자 스포츠기록분석가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젊고 능력 있는 후배가 축구계 개혁을 위해 나선다면 힘을 보태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마땅한 후보가 없을 경우 직접 출마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8일 축구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신문선의 골이에요’에서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한 구상을 밝혔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노 코멘트다.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저보다 젊고 능력 있는 후배 후보가 축구 혁신과 개혁을 위해 출마한다면 제가 가진 정보와 지식, 경험을 모두 지원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축구해설가이자 스포츠기록분석가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최상수 기자

다만 신 교수에게도 직접 나서는 일은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그는 “기대했던 젊은 후배가 용기를 갖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은 계속할 것”이라며 “왜 내가 나서서 돌 맞고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쉽지 않다”며 “젊은 후배가 출마한다면 국민 후보라는 날개를 달아 축구의 카르텔을 깰 수 있도록 힘을 북돋우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장 후보군의 동향도 짚었다. 신 교수는 한 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이석재 전 경기도축구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병지 강원FC 대표는 불출마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들의 이름이나 출마 여부를 넘어, 누가 한국 축구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 역량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차기 회장의 핵심 자질로 축구 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구조 개혁 역량을 강조했다. 정몽규 전 회장 사퇴 이후 협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 일정과 운영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앞서 국정감사에서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이 언급한 12월18일을 선거일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는 방송에서 지난 4일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고 9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이사에게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며 선거 관련 안건을 다룰 회의가 예정대로 열리지 않은 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축구해설가이자 스포츠기록분석가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세계일보 DB

신 교수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선거인단 확대가 곧 선거 개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25년 회장 선거 당시 192명이었던 선거인단을 이번에는 2만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숫자만 키워서는 기존의 조직적 영향력이나 선거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2만명이 뭐 하느냐”라면서 “감독이 모바일 투표를 할 때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하면 어떻게 막을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인단 확대와 함께 후보자 검증 절차도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을 내놨다. 선거운동 기간이 2주가량으로 예정돼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2주 동안 2만명을 어떻게 만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권역별 후보자 토론회를 제시했다. 지역별로 후보들이 공약과 정책을 설명하고 선거인단이 자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최소 네 차례 토론회를 열자는 것이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지역 방송을 통해서라도 검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운영위원회의 독립성도 과제로 꼽았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등 상위 기관이 선거 운영에 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시안컵 일정이 연기된 만큼 선거를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검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신 교수는 “이제는 시간을 갖고 정말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축구인과 축구팬, 국민이 인정하고 존중할 만한 협회장을 모셔야 한다”고 역설했다.

 

축구해설가이자 스포츠기록분석가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세계일보 DB

이 같은 문제의식은 2025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선거인단은 당연직·제도권 임원 66명, 선수 대표 63명, 지도자 대표 48명, 심판 대표 15명으로 구성됐다. 신 교수는 지방축구협회장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두고 선거운영위원회에 규정 위반이라며 공문을 보냈지만 별다른 답변이나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유도하거나 다른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행위가 발생하면 직접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번에는 선거가 끝난 뒤 참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차기 집행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는 협회 재정과 유소년 축구 육성 체계도 제시했다. 대한축구협회 부채와 이자 부담을 관리할 구체적인 계획, 새로운 수익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 위약금과 비상근 임원 보수 등 예산 집행 문제도 거론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소년 분야에서는 담당 인력과 저학년 선수들의 경기 기회 부족을 지적하며 연령대에 맞는 훈련·경기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축구와의 비교를 통해서는 인물 교체를 넘어선 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독일과 영국, 일본의 축구 행정 구조를 살펴봤다는 신 교수는 특히 일본의 협회와 리그 운영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가 일본 축구에 뒤지고 있다”며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축구협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대표팀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축구팬을 위한, 국민을 위한 행정을 이번에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