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됐는데 다시 불티난다…돌아온 캪틴큐·롱치킨버거·볶음너구리의 반전

캪틴큐 한정판 1만2000세트 하루 만에 출고…추가 물량도 준비
볶음너구리 사전예약 2시간 만에 마감…롱치킨버거 300만개 판매
단종 제품 재출시 잇따라…초기 흥행 넘어 꾸준한 판매가 관건

사라졌던 제품들이 다시 매대에 등장하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11년 만에 돌아온 양주 캪틴큐는 한정판 1만2000세트가 공장 출고 기준 하루 만에 소진됐고, 단종됐던 볶음너구리는 사전예약 시작 2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예약됐다.

 

비케이알 제공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다시 내놓는 식품업계의 복고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의 맛을 기억하는 소비자는 물론, 해당 제품을 처음 접하는 젊은 층까지 구매에 나서면서 재출시 제품이 새로운 매출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10월 재출시한 캪틴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1980년 처음 출시된 캪틴큐는 2015년 단종됐다가 11년 만에 돌아왔다. 과거의 초록색 병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원료와 제조 방식은 바꿨다.

 

재출시를 기념해 준비한 '캪틴큐의 보물상자' 1만2000세트는 공장 출고 기준 하루 만에 소진됐다. CU에서는 단품 1만개가 판매됐고, GS25에서는 입고 물량의 약 99%가 팔렸다. 10월 12~28일 GS25의 우리동네GS 앱에서 캪틴큐 검색량은 60만회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빠른 판매에 롯데칠성음료는 후속 한정판 '고장 난 캪틴큐 타임머신' 3만세트도 마련했다. 과거 캪틴큐를 둘러싼 숙취 관련 유머를 제품 구성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젊은 소비자의 반응도 눈에 띈다. CU의 캪틴큐 구매 연령별 매출 비중은 30대가 37.9%로 가장 높았고, 40대 26.5%, 20대 18.4%, 50대 이상 17.2% 순이었다.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은 셈이다.

 

오래된 브랜드가 중장년층의 추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소비층까지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라면업계에서도 단종 제품의 부활이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2017년 출시됐다가 2024년 단종된 '볶음너구리'를 10월 27일 다시 선보였다. 앞서 농심몰에서 진행한 3000명 한정 사전예약은 2시간 만에 마감됐다. 정식 판매 이후에도 일부 유통채널에서 품절이 발생했다.

 

볶음너구리는 최근 2년간 농심에 접수된 재출시 요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실제 상품 재출시로 이어진 것이다.

 

농심은 앞서 1975년 처음 선보였던 '농심라면'도 지난해 재출시했다. 이 제품은 올해 10월 말까지 누적 2600만개가 판매됐다.

 

과거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삼양 1963'을 출시했다. 1963년 우지로 만들었던 초기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올해 9월까지 2180만개가 팔렸다.

 

외식업계도 과거 인기 메뉴를 다시 선보이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버거킹이 6월 재출시한 '롱치킨버거'는 10월 28일까지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기록했다. 한때 단종됐던 메뉴가 재출시 이후 수백만개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이다.

 

맘스터치는 소비자가 직접 과거 인기 메뉴를 선정하는 '백 투 더 터치(Back to the TOUCH)'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고객 투표를 통해 선정된 메뉴를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10월에는 2022년 단종됐던 '햄치즈휠렛버거'를 한정 재출시했다.

 

앞서 선보인 '할라피뇨통살버거'는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판매 기간을 2주 연장했다. '마살라버거', '어메이징매콤마요버거', '내슈빌핫치킨버거'도 재출시 메뉴에 이름을 올렸다.

 

맘스터치는 판매 성과가 좋은 일부 제품을 정규 메뉴로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리아 역시 과거 인기 메뉴를 활용했다. 2004년 처음 출시됐다가 2017년 단종된 '오징어얼라이브버거'를 2024년과 2025년 여름 한정으로 선보여 각각 두 달간 150만개씩 판매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제품의 맛뿐 아니라 과거 포장 디자인까지 활용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995년 단종된 스낵 '치토스 체스터쿵'을 재출시했다. 2010년 단종된 아이스크림 '대롱대롱'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올해는 월드콘 출시 40주년을 맞아 1986년 당시 포장을 재현한 '월드콘 레트로 온팩'을 출시했다. 제품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다시 활용한 사례다.

 

기존 인기 제품을 새로운 형태로 확장한 사례도 있다.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돼지바빵'은 출시 약 두 달 만에 540만개가 판매됐다. 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돼지바의 특징을 빵에 접목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했다.

 

배스킨라빈스도 국내 진출 40주년을 맞아 기존 인기 제품 4종을 재해석했다. 초코볼 원료를 기존보다 20% 늘린 '엄마는 외계인'은 제품 개선 이후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약 5% 증가했다.

 

식품기업들이 단종 제품을 다시 꺼내는 데는 사업적인 이유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려면 제품 개발부터 인지도 확보, 광고와 유통망 구축까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이미 브랜드를 알고 있는 소비자와 일정한 수요층이 존재한다.

 

소비자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농심의 볶음너구리처럼 재출시 요청이 누적되거나 맘스터치처럼 고객 투표로 메뉴를 선정하면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초기 품절이나 한정판 완판이 장기적인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출시 직후 호기심에 구매한 소비자가 다시 제품을 찾는지가 중요하다. 과거의 인지도만으로 달라진 소비자의 입맛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제품 재출시가 불황기에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제품을 기억하는 소비자에게는 반가움을, 처음 접하는 젊은 층에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의 복고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캪틴큐와 볶음너구리, 롱치킨버거 등이 초기 판매 성적을 확인한 가운데 앞으로는 재출시 제품이 일시적인 화제를 넘어 꾸준한 판매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