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548명 살리겠다는 美민주 잠룡… 유족들 “등에 칼 맞은 기분” [오늘의World+]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사형수 548명 전원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하겠다고 발표하자 범죄 희생자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형제 반대 소신을 밝혀온 뉴섬 주지사의 결정에 유족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조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지난 5일 주내 사형수 전원의 형량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상자에 대한 주 대법원의 승인 등 필요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국 전체 사형수의 4분의 1 이상이 사형을 면하게 된다.

 

 감형 대상에는 1993년 12세 소녀 폴리 클라스를 납치·살해한 리처드 앨런 데이비스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에서 상습범을 엄벌하는 ‘삼진아웃법’ 도입의 계기가 됐다. 피해자의 아버지 마크 클라스는 감형 소식을 듣고 “등에 칼을 맞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비스가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검사가 캘리포니아의 형사사법제도를 신뢰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이 제도는 변덕 하나에 뒤집힐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가 유족들에게 감형 계획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로이터 연합뉴스

 1996년 당시 8세였던 동생 마이클 라이언스를 잃은 신타라 풀러도 일괄 감형에 반발했다. 풀러는 “최악 중의 최악인 괴물들, 캘리포니아 최악의 범죄자들을 한데 모아 몽땅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줬다”며 사건별 검토 없이 처리한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족과 동료들은 가해자가 풀려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사형을 면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014년 동료 경찰관 대니 올리버가 피살되는 장면을 목격한 크리스 게레로는 CNN에 “대니는 땅에 묻혀 있지만, 그를 쏜 사형수는 남은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임기를 약 두 달 남기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 그는 2019년 주지사 취임 직후에도 다른 사람의 죽음에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사형 집행 중단을 명령하고 샌퀜틴 교도소의 사형 집행 시설을 해체했다.

 

 이번 감형이 뉴섬 주지사의 대권 도전에 득실을 함께 안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전문매체 캘매터스는 진보적 의제를 과감히 추진하는 지도자로 민주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지만, 중도·보수층과 범죄 엄벌을 요구하는 이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