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경상북도 구미역 앞 역전로. 이날 개막한 ‘2026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람들의 등 뒤에는 라면 백팩이 눈에 띄었다. 농심 구미 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바로 실어 축제 자리에서 판매한 백팩이다.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일명 ‘라면거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25봉씩 든 라면들을 등 뒤에 매고 길가를 누볐는데, 갓 튀긴 라면을 파는 ‘갓랜드’에서는 이 라면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어림짐작해 200m가 넘어보였다. 사람들을 통제하던 한 경찰관은 “몇 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역 앞 구간을 거대한 라면 천국으로 만들었다.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농심 구미공장이 있다는 지역 특성을 살려 기획된 행사로 농심은 2022년 첫 행사때부터 참여했다.
올해 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라면 스트릿’을 주제로 운영한다. 구미산 밀을 활용한 지역 특화 라면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농심이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는 ‘구미라면축제면’은 구미산 밀을 100% 사용해 개발한 축제 한정판 제품으로 한국적인 얼큰한 소고기장국 스타일의 깊고 진한 국물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축제 현장에는 당일 생산한 농심 제품으로 특별한 메뉴를 선보이는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총 33개 음식점이 참여한다. 식음 공간은 지난해 2400석에서 올해 2700석으로 늘었는데 ‘라면 스트리트’ 곳곳에서 길바닥에 앉아 라면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취향대로 면·스프·토핑을 조합해 나만의 라면을 만드는 ‘라면공작소’,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갓랜드’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의 대표 시그니처인 ‘갓 튀긴 라면’은 지난해 약 48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축제에는 각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이색 레시피를 선보이는 ‘글로벌 라면 챌린지’도 열렸다. 글로벌 라면 챌린지에는 아시아 564명, 유럽 229명, 중남미 223명 등 세계 80개국에서 1263명이 지원했다. 레시피와 조리 영상, SNS 영향력 등을 거쳐 단 13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폴란드에서 온 킹가 마리아씨는 취재진에 “한국을 사랑하고, 어, 참가를 통해 한국 요리에 대한 폴란드 사람들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한테는 (라면이) 아주 맵지만 먹을 때마다 다른 한국 음식처럼 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매운맛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장 마티유씨는 레드와인을 사용한 라면 요리를 선보였는데 “저는 프랑스인이지만 뿌리는 마다가스카르인데 그쪽 음식도 맵다. 그래서 한국 라면은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축제는 지역 상권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장 안에서 약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빅데이터로 분석한 인근 상권 매출은 약 28억6000만원이었다. 축제 참가 음식점도 구미 지역 업체로 제한했다. 현재 축제에서 선보인 라면 메뉴를 상시 판매하는 지역 음식점은 12곳이다. 구미시는 이를 향후 50곳까지 늘리고 라면 판매·체험·역사를 한데 모은 ‘구미라면관’도 추진하고 있다. 성황리에 개최된 구미 라면 축제지만, 인근에서 열린 다른 축제와의 연관은 고민해야 봐야할 과제다. 구미 인근 김천시에서 열린 김천김밥축제는 구미라면축제 보다 2주 가량 먼저 열렸다. 한국관광공사는 두 도시의 축제를 연계해 치르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