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병인 줄 알았던 ‘1형 당뇨’, 신규 환자 10명 중 7명은 성인 [건강+]

국내 1형 당뇨 환자 3만명

2021년 진단 환자 72%가 성인이 차지
나이·체중만으로 유형 구분하기 어려워
2형 치료받다 1형으로 재진단 사례도

철저한 인슐린 보충과 맞춤형 치료 중요
케톤산증·저혈당 등 응급상황 대비해야
낙심하지 말고 의료진과 꾸준한 관리를

1형 당뇨병 하면 흔히 ‘소아당뇨’를 떠올린다. 하지만 새로 진단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은 성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1형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년 새로 진단된 환자 1073명 가운데 19세 이상 성인은 770명으로 71.8%를 차지했다. 국내 1형 환자는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은 발생원인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데,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해 외부에서 보충해야 한다. 반면 2형은 몸에서 인슐린이 나와도 혈당을 충분히 낮추지 못하고(인슐린 저항성), 분비량도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2형은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로 관리하며, 필요하면 인슐린 주사도 사용한다.

1형은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선천적으로 어릴 때부터 발생하는 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나이만으로 두 유형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체중도 마찬가지다. 흔히 2형 당뇨는 비만일 경우에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정상 체중인 2형 환자도 있고, 1형 환자도 과체중·비만일 수 있다.

김규호(사진)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위원(성빈센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성인에서 혈당 이상이 발견됐을 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2형 당뇨병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신규 1형 당뇨 환자 중 성인 비중이 높다는 결과가 성인이 소아보다 1형에 더 잘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2형으로 치료받다가 1형으로 재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의 60대 여성 환자는 인슐린 주사와 먹는 약 두 종류를 사용했지만 혈당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 추가 검사에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면역체계가 인슐린 분비세포를 공격하는 징후도 확인됐다. 1형으로 재진단한 뒤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바꾸자 최근 2∼3개월간의 평균적인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가 10%에서 7%로 낮아졌다.

 

유형을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치료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2형은 인슐린이 잘 작용하도록 돕거나 분비를 촉진하고,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약물을 사용한다. 혈당뿐 아니라 체중, 심장·콩팥 상태, 저혈당 위험 등을 고려해 약을 선택한다. 반면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1형은 인슐린을 직접 보충하는 치료가 필수다. 1형 환자는 식사 사이와 밤 동안 필요한 양을 보충하는 ‘기저 인슐린’과 식후 혈당 상승에 대응하는 ‘식사 인슐린’을 사용한다. 김 교수는 “1형 환자에게 인슐린은 생명 유지와 정상적인 신체 대사에 필수적인 생명줄”이라며 “혈당이 좋아졌다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된 것은 아니므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감염이나 구토로 음식을 먹지 못할 때도 기저 인슐린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된다. 감염이나 발열로 인슐린 필요량이 오히려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의료진과 아픈 날의 대응 계획을 세워두고, 식사 인슐린도 개인별 계획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인슐린 공급이 부족해지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이 포도당을 제대로 쓰지 못해 지방을 분해하면서 생긴 케톤체가 과도하게 쌓이면 혈액이 산성화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한다. 반복적인 구토와 심한 복통, 깊고 빠른 호흡 등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인슐린 치료 중에는 반대로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저혈당에도 대비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고 삼킬 수 있다면 포도당을 섭취하도록 돕는다. 의식이 없으면 입에 음식이나 음료를 넣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가족과 동료도 이런 대처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불규칙한 식사와 야근, 회식, 운동 등 일상의 변화도 혈당 관리에 영향을 준다. 생활 패턴과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의료진과 나누고, 이에 맞춰 치료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당뇨병은 본인의 잘못 때문만으로 생기는 질환은 아니다”라며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