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슈트’ 최소화… 더 센 온실가스 감축 메시지 필요” [심층기획-김은재 기자의 COP31 리포트]

견종호 기후변화대사

“파리협정 당사국 중 40國 새 목표 미제출
재정 지원 없이는 개도국 참여 유도 난항
해수면 상승도 심각… 국제적 리더십 절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초과하는 ‘오버슈트’(overshoot)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각국으로부터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개막을 닷새 앞둔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만난 견종호(사진) 기후변화대사는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안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견 대사는 COP31을 앞두고 지난달 피지에서 열린 사전회의(pre-COP31)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주요 의제를 놓고 각국 대표들과 머리를 맞댄 인물이다.

견 대사는 이번 총회가 모든 당사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진단한 만큼, 각국이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파리협정 당사국 194개국 가운데 40개국은 여전히 새로운 NDC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견 대사는 “지구 평균기온이 2030년까지 1.5도를 넘어서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1.5도를 초과하는 강도와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각국의 강력한 감축 메시지가 필수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튀르키예가 제안한 ‘2035년 전기화율 35% 달성’ 목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기화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목표를 COP31 최종 결정문에 담을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견 대사는 이번 COP31에서 해양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가 협상 의장국으로 참여하면서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태평양 도서국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칠레와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 공동개최를 앞둔 만큼,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해양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해양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30%와 기후변화로 늘어난 잉여열의 90%를 흡수하는 중요한 흡수원”이라며 “해수면 상승과 해양 생물다양성 등 기후변화와 해양의 연관성이 COP31 최종 결정문에 반영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해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견 대사는 이번 COP31을 앞두고 가장 아쉬웠던 대목으로 ‘벨렝 적응 지표’의 후속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점을 꼽았다. 지난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에서 지표를 채택한 데 이어 올해는 관련해 메타데이터 개발 등을 진행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려고 했지만, 부속기구회의(SB64)에서 불발됐기 때문이다. ‘벨렝 적응 지표’는 각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비 및 적응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마련한 국제 지표다.

그는 “전문가 TF 구성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여서 지난 6월 부속기구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은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 명단을 마련한 뒤 부속기구 의장이 전문가를 선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개도국은 지역별 협상그룹에 전문가 추천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견 대사의 설명이다.

견 대사는 이 같은 사례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 기후협상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 국가별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톱다운’ 방식이었지만,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발적 감축 체제로 전환됐다”며 “개도국의 감축을 유도하려면 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감축과 기후재원 문제가 맞물리면서 협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