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강행 처리로 격화한 여야의 사법 공방이 정기국회 입법·예산 대치와 맞물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에 활용될 수 있다며 장외투쟁에 나섰고, 민주당은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한 만큼 진상규명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의 후속 처리를 추진하면서 국회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결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8일 유튜브 방송에서 “총선에서 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우리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경복궁역 앞 규탄대회에서 “당장 탄핵해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데 이어 탄핵을 재차 거론한 것이다. 장 대표는 법원에 이 대통령 관련 재판 재개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이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기 위한 법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재판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해당 사건을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공소취소의 성공 모델’”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공소취소를 위한 특검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의 전날 집회를 “막말 대잔치”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이 문제 삼았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은 물론이고, 이첩 요구권까지 삭제했음에도 여전히 공소취소라는 억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조계원 대변인도 야당에 “정치검찰 방탄용 장외 선동과 예산 볼모 협박을 중단하고 국회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같은 날 대통령의 특검 임명이 이해충돌이라는 주장에도 맞섰다. 서 의원은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고 수사 대상은 윤석열 검찰, 국가정보원, 감사원”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을 임명한 사례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특검법 처리를 막지 못하자 7일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열었다. 9일에는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릴레이 1인 시위, 10일에는 현장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압박할 예정이다. 예산안 심사와의 연계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당 차원의 심사 보이콧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12일과 19일 본회의 개최를 예상하고 지난 5일 처리하지 못한 민주유공자법과 주택공급 관련 법안 등을 상정할 계획이다. 한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향후 3주간 매주 목요일 본회의를 열어 쟁점 법안을 처리하도록 국회의장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이들에 대한 의료·요양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상과 지원 범위를 좁혔다며 정기국회 내 처리를 추진하지만, 국민의힘은 유공자 인정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대한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8일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방침을 논의했다면서도 실제 대응은 법안 상정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9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부처별 심사에서도 여야의 입장차가 크다. 민주당은 820조9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을 바탕으로 민생·지역 지원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100대 문제 사업’에서 27조원 이상을 삭감하고 청년·안전·민생 분야에서 11조5000억원가량을 증액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하다고 보지만, 국민의힘은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금 적립액을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에서 제외할 경우 지방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