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올라도 생계급여 깎여… 빈곤노인 소득 ‘제자리 걸음’

2027년 4월부터 월 3만원 인상 불구
인상분만큼 줄어들어 ‘조삼모사’
국회예산처 “산정 방식 개선 시급”

정부가 내년부터 저소득층에 월 최대 3만원을 더 주는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개편하는 가운데 생계급여를 받는 빈곤 노인은 실질적인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2027년도 기초연금 지급 사업 예산으로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2조5389억900만원(11.0%) 늘어난 25조6529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한 무료급식소 앞에서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현재 기초연금 방식을 내년 4월부터 개편한다.

 

저소득층을 더 많이 지원하는 취지로 일명 ‘하후상박형’이다. 현재는 하위 70% 구간은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단독가구 기준 월 34만9700원)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대상자를 세 구간으로 나눠 차등 지급하는데, 월 기준연금액 소득 하위 30% 이하 38만원, 30~45% 35만9000원, 45~70% 35만원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30%는 현행 기준보다 월 3만원가량을 더 받는다.

 

보고서는 차등 인상이 극빈층에게는 수혜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동시에 받을 경우 인상 효과가 미미해서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정부가 정한 선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지급한다. 소득 인정액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이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기초연금 수급액은 소득인정액에 100% 반영돼 기초연금이 오르면 그 인상분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예산이 더 투입돼도 취약계층 노인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장부상 현금 이동만 발생하는 셈이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동시 수급자 수는 2021년 56만8000명에서 2022년 62만1000명, 2023년 64만4000명, 2024년 68만6000명, 2025년 78만3000명으로 4년 사이 37.9% 급증했다. 이들의 평균 기초연금액도 2022년 29만7000원에서 2025년 33만1000원으로 올랐다. 65세 이상 생계급여 수급자 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은 같은 기간 8만9000명에서 14만2000명으로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기초연금 차등지급 개편에도 생계급여와의 연계 구조가 유지되면 저소득 노인의 실질적인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빈층 노인 중 상당수가 기초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동시 수급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인상 효과가 생계급여 감액으로 이어져, 빈곤 탈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두 제도(기초연금-생계급여) 간 소득 산정 방식의 정합성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