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조 벌고도 20만원 깨졌다…삼성전자 이틀 새 폭락한 이유 [숫자 뒤의 진실]

코스피 6.02% 하락한 5059.69 마감…외국인 6거래일 연속 순매도, 누적 12조원 넘어
6일 서킷브레이커 발동 뒤 5000선 지켜…삼성전자 6.35%·SK하이닉스 10.44% 하락
美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반도체 약세…시장은 107조원 실적보다 앞으로 이익에 주목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했다. 5일 7.57%, 6일 6.35% 내렸고 6일 종가는 20만원을 밑돌았다.

 

데이터센터 서버 장비에 통신 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규제 가능성과 빅테크 투자 둔화 우려로 반도체 대형주가 5~6일 연이어 급락했다. unsplash

SK하이닉스는 5일 9.46%, 6일 10.44%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미 공개된 실적보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로 불확실해진 앞으로의 수요와 수익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6거래일 연속 순매도…코스피 이틀 새 11% 하락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6일 전 거래일보다 324.11포인트(6.02%) 내린 5059.69에 마감했다. 5일에도 300.00포인트(5.28%) 내려 5383.80으로 마감했다. 이틀 새 약 11% 떨어졌다.

 

5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6일에는 장 초반 낙폭이 8%를 넘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지수는 장중 4900선까지 밀렸다. 이후 기관 순매수가 늘어 낙폭을 줄였고 5000선 위에서 마감했다.

 

외국인은 6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6일에만 2조7000억원 넘게 팔았고, 앞선 5거래일 순매도액 9조6000억원을 더하면 누적 12조원이 넘는다. 같은 날 기관은 1조7000억원대, 개인은 6000억원대를 순매수했지만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몰렸다. 5일 외국인 순매도 3조4000억원 대부분이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1만6500원 내린 20만15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9만9800원까지 밀려 20만원이 한때 무너졌고, 6일에는 종가도 20만원을 밑돌았다.

 

SK하이닉스는 5일 13만2000원 내린 126만4000원에 마감했다. 같은 날 삼성전기는 15.34%, SK스퀘어는 10.01% 내렸고 셀트리온(7.50%), 카카오(10.65%), 네이버(8.26%)는 올랐다.

 

6일 코스피 종가는 6월 19일 장중 사상 최고치(9385.59)보다 46.09% 낮다. 종가 기준 최고치인 6월 22일(9114.55)과 비교하면 44.49% 낮다.

 

◆美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빅테크는 오르고 반도체는 하락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정책 불확실성이 꼽힌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2.64% 급락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잉여현금흐름이 약 91억달러 적자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데이터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실제로 남는 현금이 줄었다는 점이 우려를 키웠다.

 

지난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와 전력 사용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AI 설비투자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과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03%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대형 기술주도 5% 넘게 올랐다. 반면 엔비디아(-3.17%)와 마이크론(-7.00%)은 내렸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13% 떨어졌다. 5일에는 미국 반도체지수가 12% 넘게 폭락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과 자금조달 부담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전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팔고 미국 빅테크를 사는 투자 전략이 나타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로 직접 수혜를 보는 기업이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늦어지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107조원 벌었지만…시장은 내년 이익 주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3분기 매출 195조2532억원,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26.9%, 783.1%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이 106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99%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07조원 영업이익은 지난달 8일 잠정실적으로 이미 공개돼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정 실적과 배당을 발표한 29일에도 주가는 4%대 떨어졌는데,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빠진 데 대한 실망감이 겹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피 급락과 투자자 불안을 표현한 이미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이틀간 11% 가까이 떨어졌다. 생성형 AI 이미지

KB증권은 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28조원, 104조원으로 추정했다. 합산 232조원이다.

 

증권사 목표주가는 BNK투자증권 27만원부터 유안타증권 69만원까지 격차가 크다. IBK투자증권은 46만원에서 35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57만원에서 44만원으로 낮췄고 유안타증권은 63만원에서 69만원으로 올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 주주환원에 어느 정도 가치를 둘지에 따라 평가가 갈렸다.

 

◆시설투자 84조원·주주환원 최대 110조원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에 84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DS부문이 76조8000억원으로 약 91%를 차지한다. AI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는 계획인데, 수요가 예상보다 줄거나 메모리 가격이 내리면 이익 전망치가 조정되고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올해 주주환원 계획은 총 90조~110조원이다. 3분기 현금배당은 주당 4601원, 총 30조원 규모로 27일 지급한다. 이미 집행했거나 확정한 35조원을 뺀 55조~75조원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방침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내년 1월 말 발표한다.

 

급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증시를 “역사적인 바겐세일 구간”이라고 평가하며, 반도체 업체의 이익 증가 전망과 설비투자 확대를 근거로 들었다. 차 소장이 긍정 시나리오로 제시한 코스피 7000선에 닿으려면 6일 종가(5059.69)에서 약 38%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