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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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난민에게 닥치는 빈곤과 폭력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기후 변화와 폭력의 새로운 지형도 / 크리스천 퍼렌티 지음 /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1만9000원

크리스천 퍼렌티 지음 /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1만9000원
“내가 방문했던 투르카나 부족 무리는 극심한 가뭄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의 전통적인 부족 영역으로 간주할 수 있는 영토의 최남단까지 내려와 가축에게 풀을 뜯긴다. 그들의 적인 포코트 부족이 지척인 곳이다. 길고 좁게 형성된 동아프리카의 목축민 회랑지대에는 아주 기본적이고 확실한 패턴이 하나 있다. 가뭄이 들면 물과 목초지가 귀해지고, 가축이 병들고, 많은 소가 죽는다. 그리고 줄어든 가축을 보충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이웃 부족을 습격한다.”

미국인 탐사보도 전문기자 크리스천 퍼렌티는 기후변화의 그림자를 추적한다.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에 ‘혼돈의 열대(Tropic of Chaos)’가 놓여 있다. 지구의 중위도 지방을 벨트 모양으로 둘러싼 이 국가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난타당하는, 식민지 상태에서 갓 독립한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에 기후변화가 심각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땅에 집 짓고 볕과 비에 기대 사는 사람들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가뭄과 해수면 온도 상승은 기후 난민을 양산하고 정처 없는 이들에게 빈곤과 폭력이 닥치는 건 시간문제다.

가뭄으로 가축이 병들면 케냐에서는 부족 간 약탈이 시작된다. 오랜 전통이지만 잦은 가뭄은 잦은 약탈을 부른다. 부족마다 총과 총알을 사들여 폭력과 살육을 재촉한다.

멕시코의 어민들은 엘니뇨로 고기가 사라지자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꾀하다 지하 마약경제로 빨려 들어갔다. 가뭄에 목마른 아프간 농민들은 물이 덜 드는 양귀비 불법재배로 끼니를 이어간다. 2100년이면 몰디브가 물에 잠겨 신혼여행을 갈 수 없을지 모른다. 예전 같지 않은 우리나라 날씨도 머지않아 근심거리로 등장할지 모른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