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주변사람 초상에 따뜻한 밥 주고픈 마음 담아”

베니스서 개인전 연 在美 동양화가 박유아씨

“부친 박태준회장·故 노무현 前대통령 초상 등 그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유아씨.
“가족과 주변 인물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양화가 박유아(48)씨가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뉴욕 존 컨템포러리 아트 소속인 박씨는 베네치아의 멀티그래픽 갤러리에서 5∼19일 열리는 전시에서 자신의 주변인 등 한국인 초상을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베네치아의 유명 미술관인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멀티그래픽 갤러리는 지나가는 한국인 관광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갤러리 내부에 소설가 조정래, 박태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낯익은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노 전 대통령만 빼고는 모두 내 주변 사람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한국인으로서 나도 외국에서 서거 소식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며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껴 내 주변인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나눔/모임’(Communian/Constellation)이라는 이름의 전시는 초상화가 하나의 커다란 밥그릇 사발을 둘러싸고 있게 구성됐다. 초상화는 15년 전 개발된 리퀴드 비닐 패브릭이라는 소재 위에 붉은색 안료인 경면주사로 그려졌다. 작가는 피부 같은 느낌의 특수 재질에 붉은 색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주술적 느낌도 냈다. 박씨는 “내 작업의 주제는 ‘사람’”이라며 “주변 사람들의 초상을 그리면서 그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1남4녀 중 둘째인 박씨는 이번 초상 작업에 아버지와 어머니도 나란히 포함했다. 그는 “형제자매 중에 내가 가장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사실 아버지는 미술에 관심이 많고 건축가가 되고 싶으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소설가 조정래에 대해 “아버지와 조정래씨는 무척 친하다”며 “다들 두 분이 친하다는 사실에 의아해하지만, 아버지는 알려진 것과 달리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지난 6일 베네치아의 명소인 산 마르코 광장 내에 있는 카페 콰드리에서 미국 작가 존 살과 함께 ‘동/서’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2년마다 베니스비엔날레 때마다 차를 마시는 퍼포먼스를 여는 존 살은 ‘동/서’를 주제로 하며 아시아 작가인 박씨를 퍼포먼스에 참여시켰다. 박씨와 존 살은 각자 차와 커피를 마시며 물로 그림을 그렸다.

베네치아=글·사진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