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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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는 동아시아의 로마였다”

근초고대왕 일대기 쓴 윤영용 작가
“우리는 역사를 잘못 배웠습니다. 백제를 폄하해 기술한 ‘삼국사기’를 토대로 중국 정사 25권에 포함된 송서(宋書), 양서(梁書), 남사(南史), 통전(通典),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만주원류고(滿洲源流考) 등을 참고해 근초고대왕의 행적을 추적해보니 1500여년 전 백제는 말 그대로 ‘동아시아의 로마’였습니다.”

광개토대왕보다 더 넓은 영토를 장악했던 백제 제13대 대왕 근초고(재위 346∼375). 그의 일대기를 풀어낸 역사대하소설 ‘근초고대왕’(近肖古大王·전 5권·웰컴)으로 화제를 모으는 윤영용씨를 만났다. 첫 구상부터 소설을 완간하기까지 14년이나 걸렸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저자가 중국 쪽 사서를 토대로 그린 4세기 중반 무렵 백제의 강역도. 중국 동부와 남부, 대만, 일본이 백제 영토로 표시된다.
그에 따르면 평소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백제는 한반도 서남쪽을 차지한 소국이다. 강성했을 때 일본과 가야를 복속하고, 평양까지 점령했던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는 한국 정사학계가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에 기술한 내용이다.

그는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일제 식민사학의 논리를 답습한 데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중국 정사에 나온 영역과 지명을 바탕으로 위치를 추적해보니 이런 그림이 나왔다(지도 참조). 예컨대 청제국 강희제 때 서술한 ‘만주원류고’에도 중국 동해안 일원이 죄다 백제라고 기술돼 있다. 정통 사학자들은 이런 자료들은 야사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통탄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윤씨는 “근초고대왕은 중국 대륙의 동부 연안과 한반도, 일본 열도, 대만까지 경략한 뒤, 로마가 지중해를 내해로 칭한 것처럼 서해 바다를 내해로 이용한 정복군주였다”면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날조에 대응해 정당한 우리의 고대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역사속에 생생한, 대백제 전성기를 이룩한 근초고대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씨가 펴낸 소설은 최근 TV드라마로 방영 중인 ‘근초고왕’과는 관계가 없다.

그는 “일본 황실 서고에는 수십만 권의 우리 민족 고대사를 기술한 서적이 있다. 일본은 이를 숨기지 말고 꺼내어 동아시아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단군 조선과 동이족,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이야기를 진실로 펼쳐야한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