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인 유럽의 강호 스위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스위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1승1무를 기록,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던 한국에 0-2 패배를 안겨 좌절시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복수전이다. 러시아와도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원정 평가전을 치르지만 팬들의 관심이 스위스전에 더 쏠려 있는 이유다.
홍명보 감독 |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호는 본선 조별리그에서 유럽 팀을 피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13개국이 출전하기 때문에 최대 두 팀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할 수도 있다. 한국축구는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유럽에 전통적으로 약했다. 지난달 12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예방주사’ 성격이었다면 유럽 월드컵 예선에서 10전 무패(7승3무)를 기록한 스위스를 눕히면 본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다. 7년 전 대표팀 코치로서 아드보카트 감독(네덜란드)을 보좌한 홍명보 감독은 스위스를 이겨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김신욱-손흥민 환상 콤비 부탁해
홍명보호 출범 이래 최전방 ‘원톱’ 공격수가 골을 넣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홍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브라질, 말리와의 평가전에서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원톱으로 내세워 유기적인 포지션 이동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으려 했으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구자철은 부상으로 소집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은 K리그에서 19골을 몰아치며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는 1m97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의 원톱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험할 작정이다.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김신욱이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해트트릭을 기록한 ‘절친’ 손흥민(레버쿠젠)과 어떤 공격 조합을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최근 4골 중 3골을 머리가 아닌 발로 넣어 ‘반쪽 공격수’라는 편견을 깬 김신욱이 대표팀 전술에 얼마나 녹아드느냐가 관건이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김신욱에게 화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 소속 리그에서 빼어난 기량을 뽐내는 김신욱, 손흥민이 홍명보호에 동시에 합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방은 이제 안정
공격라인과 달리 홍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포백라인은 이제 어느 정도 굳어져 가는 형국이다. 홍 감독이 ‘진흙속에서 건진 진주’로 평가받는 왼쪽 윙백 김진수(니카타 알비렉스)와 이용(울산)은 브라질과 말리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떨쳐 주전자리를 꿰찬 듯하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 스위스전 수비라인에 새로운 대항마가 나타날지 관심거리였지만 홍 감독은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이용으로 4백을 들고나올 전망이다. 현재의 포백라인은 ‘영건’들로 경험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때문에 백전노장의 곽태휘(얄 샤바브)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