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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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총기난사 당시 통제관·조교 모두 도망쳐"

예비군 훈련장 총기사고가 발생한 13일 서울 내곡동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사고로 인해 훈련을 받지 못한 예비군들이 훈련에 참석했다는 군측의 확인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이제원 기자


서울 내곡동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는 불과 10초 만에 이뤄졌으며 현장에 있던 통제관과 조교는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한 채 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중앙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14일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령은 이날 중간사고 발표에서 “휴대폰 포렌식 결과 사고자가 지난 4월22일 친구에게 ‘5월12일 난 저 세상 사람이야, 안녕’이라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문자 10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3월16일과 24일에는 ‘자살계획’이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문자를 받은 친구는 남자로 초·중학교 동창이며 어머니들과도 잘 아는 사이로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다고 이 단장은 설명했다.

최씨가 지난 12일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해 같은 생활관을 사용한 예비군들과 마찰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갈등이나 마찰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대령은 “최씨는 사고 전날인 12일 조교에게 ‘1사로(사격구역)가 잘 맞는다’며 자리 교체를 요구했고 당일에도 동료 예비군들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최씨와 유사한 인상착의의 예비군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들었다고 한 예비군이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13일 오전 10시37분 사격장 1사로에서 표적지를 향해 1발을 발사한 다음 뒤돌아서서 부사수인 윤모(23)에게 총을 발사했다.

이어 최 씨는 오른쪽의 2, 3, 5사로에 있던 예비군 3명에게 총을 쐈다.

10발 사격을 끝낸 4사로 예비군은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7발을 난사한 최씨는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모든 것은 10초 만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훈련 통제를 맡은 통제관 2명과 조교 6명은 사로 뒤에 있는 경사지로 피신했다. 부대 지침에 따르면 사격 훈련 당시 몸을 일으키려는 사수는 조교가 덮쳐 막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씨와 가장 가까이 있던 조교가 6m 떨어진 곳에 있어서 초동조치에 실패했다.

최씨의 K-2소총에 걸려 있어야할 안전고리는 제대로 걸려있지 않았다. 절차상 예비군이 직접 안전고리를 채우고, 조교가 확인해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육군은 밝혔다.

중앙통제관 자격으로 통제탑에 있던 대위급 장교 1명은 마이크로 “대피하라”고 외친 뒤 탑 옆으로 몇 걸음 대피했다.

최씨가 자살한 직후 중앙통제관은 제일 먼저 사로에 쓰러진 4명의 부상자들에게 다가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면서 1∼3사로 총기의 조정간을 ‘안전’으로 바꿔 격발되지 않도록 했다.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연대 의무부사관과 의무병도 합류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사고 직후 210연대는 10시 47분 119 구급차를 요청했으며 인접 부대인 211연대 구급차도 지원받았다.

10시47분 안모(25)씨가 군용 엠뷸런스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10시57분에는 119 구급차가 5사로에 있던 황모(23)씨를 태우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출발했으며, 11시10분 211연대 엠뷸런스가 3사로에 있던 박모(26)씨를 태우고 서울삼성병원으로 이동했다. 11시13분에는 1사로 부사수였던 윤모(25)씨가 119 구급차에 의해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역 복무 당시 B급 관심병사였던 최씨는 우울증과 복무부적응, 이해력 부족 등으로 4차례 보직을 변경했다.

최씨는 2012년 1월 입대해 2개월 뒤 자대로 전입했다. 부대에서 81mm 박격포 탄약수 보직을 받았으나 적응하지 못해 7월30일 취사병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씨는 “힘들다”며 변경을 요구했고 부대는 하루 만에 K-3 사수로, 2013년 6월2일에는 잡초 뽑는 전투근무지원병으로, 같은달 27일에는 소총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2013년 6월 부대 인성검사에서 자살징후가 식별돼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가 호전되어 C급으로 조정됐다. 이후 다시 B급으로 재조정됐다.

인성검사에서는 ‘내적 우울감, 좌절감 상승, 비관적인 군 생활, 자기 가치의 부정적 평가’ 등의 결과가 나왔다. 중대장은 면담 기록에 “전역 후 미래 불투명”이라고 적었다.

근무 부대는 대대가 1번, 중대가 2번 바뀌었다.

최씨는 범행 4~5개월 전에 선박 용접공 자격증 취득에 실패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군 입대 전인 2010년 6월 과다운동성 장애로 3회, 전역 후 적응장애로 3회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