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서비스나 혜택이 많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카드들은 김씨의 카드처럼 몇 년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지곤 한다. 살아남더라도 혜택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혜택이 많다고 느끼는 카드 대부분은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적자 카드’이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사에 이익을 많이 안겨주는 ‘흑자 카드’들은 장수한다.
세계일보가 9일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5년 상반기(1∼6월) 카드사 상품별 수익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전산 문제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외환카드를 제외하고 8개 카드사 상품을 연회비 10만원 이하 일반카드와 10만∼50만원의 메스티지카드로 나눠 손실이 큰 적자카드와 이익을 많이 남긴 흑자카드 순위를 매겨봤다.
메스티지 상품 중에서는 신한 ‘The Lady Best’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가장 손실이 큰 상품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카드 1’의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상품이 2, 3위를 차지했고 롯데 ‘골든웨이브’가 4위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4위까지 세 카드 모두 신규 발급이 중단돼 기존 회원들만 재발급받을 수 있다.
2013, 2014년 적자 상위권이었다가 올해 순위권에서 사라진 카드들도 고객에게 혜택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회사에 손실을 끼쳐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2년반 동안 적자 상위 10위에 오른 일반 및 메스티지 상품 총 40개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11개 상품이 이미 발급 중단됐다.
일반 상품은 19개 중 2개가 중단된 반면 메스티지 상품은 21개 중 9개나 중단됐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가 적자카드에 10개나 이름을 올리고 6개나 사라졌다. 메스티지 적자카드 7∼9위를 차지한 BC패밀리카드는 직원에게만 발급되는 카드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순위권에서 빠진 외환 ‘2X카드’도 한때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 차례 혜택을 축소하고 또다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직원들과 대화 자리에서 수익성 제고를 강조하면서 “2X카드처럼 적자가 나는 상품은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적자를 많이 내고도 살아남은 카드들은 대부분 혜택을 줄였다. 반면 카드사에 많은 수익을 남겨준 ‘흑자 카드’들은 장수했다. 올 상반기만 217억8500만원의 흑자를 내 1위에 오른 ‘롯데카드’는 롯데카드사가 출범한 2003년 12월에 출시된 1호 카드로, 수십만 장의 카드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역시 롯데 ‘포인트플러스’였고 3, 4위 모두 삼성의 삼성카드 3, 신세계 삼성지엔미포인트 순이었다.
그러나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용’으로 혜택을 펑펑 쏟아주다가 막상 가입자가 늘어나면 슬그머니 혜택을 줄이는 것은 ‘먹튀’나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학용 의원은 “다른 카드사로 옮겨 새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과 이용하던 카드사에 남으려는 소비자들의 관성을 악용하는 카드사들의 행태는 감독당국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