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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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검사외전’ 강동원 투톱주의보 … 황정민은 거들 뿐?



** 스포일러 주의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제작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쳐스, 제공/배급 쇼박스)이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됐다. 황정민과 강동원, 이름만으로도 표심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다.

이 영화는 피의자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꽃미남 사기 전과 9범’ 한치원(강동원 분)을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누명을 벗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스토리로만 보면 변재욱 역을 맡은 황정민이 주연, 강동원이 조연에 해당한다. 그런데 영화가 공개되자 대부분의 관객들은 ‘강동원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모양새다. 강동원이 곧 '장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강동원은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망가진 캐릭터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쉴 새 없이 노린다. 그의 ‘확 깨는’ 코믹연기, 독특한 매력을 만나고 싶은 팬들에게는 일종의 ‘필람무비’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한치원은 내뱉는 말마다 거짓말에 허세투성이인, 말 그대로 ‘뼛속까지 사기꾼’이다. 중졸에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지만 자신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출신이라고 속여 만나는 여성들의 재산을 노리는가 하면, 서울대 법대 동문회에 나가 판검사들 앞에서 자연스레 “선배님~”이라며 애교를 부리는 뻔뻔한 연기력까지 갖췄다.

강동원은 첫 등장부터 말도 안 되는 어색한 ‘콩글리쉬’ 연기, 또 여성들을 단 1초 만에 유혹하는 능글맞은 눈웃음 연기로 폭소를 자아낸다. 우종길(이성민 분)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막춤을 추는 장면이나 자신이 불리할 때면 안타까운 가족사를 운운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댄다. 대체 그의 매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강동원의 종합선물세트’가 내내 펼쳐진다. 



그렇다고 황정민의 열연이 돋보이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의 연기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하지만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유발하는 강동원의 활약에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는 못한 느낌이다. 결말이 불 보듯 빤한 스토리에 긴장감 없는 평이한 연출로 인해 진지한 변재욱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황정민은 결코 잘못한 게 없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영화계에 ‘강동원 투톱주의보’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동원은 유독 남성 투톱 주연 영화에 주력해왔다. 군 입대 전 영화 ‘의형제’(2010)와 ‘초능력자’(2010)에서 각각 송강호, 고수와 호흡을 맞춘 그는 전역 후에도 무려 3편의 작품에서 ‘남남(男男) 케미’를 뽐냈다. 

영화 ‘군도’(2014)에서 하정우, ‘검은 사제들’(2015)에서 김윤석, 그리고 ‘검사외전’ 황정민까지. 그러나 대놓고 ‘꽃미남’, ‘만찢남’ 외모에 표정이나 동작 하나만으로도 여심을 좌지우지하는 강동원 때문에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특급배우들마저 맥을 못 춘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검사외전’은 강동원의 색다른 매력과 만날 수 있는 ‘팬서비스’ 차원에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검사와 사기꾼의 조합’이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십분 살리지 못한 플롯과 스토리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다만 설연휴를 앞둔 극장가에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가볍게 볼 수 있는 팝콘무비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15세관람가. 126분. 2월3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