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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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반발에 발 묶인 원격의료…"의료 취약지역은 허용해야"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는 보건지소가 없는 마을이 많습니다. 군 의무대가 민통선 내 민간인을 대상으로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27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군부대를 방문한 기자단에 군 관계자는 민통선 마을의 의료서비스 실태를 언급하며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연천군 28사단 80연대 GOP(일반전초) 대대의 의무실에서 군 관계자들이 원격의료 장비를 통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날 연천군 28사단 80연대 GOP(일반전초) 대대의 의무실에선 원격의료 시연이 펼쳐졌다. 감기 증상을 보이는 정영훈 상병이 의무병과 함께 원격의료 부스의 영상 장비 앞에 앉았다. 화면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실 센터장인 강대현 중령과 원격의료진료팀장인 군의관 신진호 대위의 모습이 보였다.

신 대위의 지시에 따라 의무병이 전신 활력 징후를 측정하는 PMS 장비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맥박과 혈압은 정상이었다. 의무병이 환자의 목과 귀에 검진용 스코프(Scope)를 넣자 신 대위는 “지금 편두와 인후두를 보고 있는데 환자가 통증과 발열을 호소한 원인은 편도염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진통 소염제와 항생제 처방해주겠다”고 진단했다. 신 대위는 “스코프로 진단한 병변을 화상으로 보는 것은 실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김서영 보건정책과장은 “예전에는 응급환자 발생 시 상위부대에 알리고 군의관이 올 때까지 대기하거나 헬기로 후송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원격의료 장비가 도입된 이후에는 의료종합상황센터를 통해 진찰·처방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군부대에서는 2015년 7월부터 원격의료를 시행해 현재 63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76곳으로 소폭 확대될 예정이나 수요에 비해 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이 27일 연천군 28사단 80연대 GOP(일반전초) 대대를 방문해 군 관계자들과 원격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날 현장 방문을 나선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은 “군부대,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제도 미비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취약 지역에 한해 환자들이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은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기술(IT)을 통한 원격진료를 의료인 간에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사가 원격지에 있는 의사에게 자문을 해주는 형식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는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지난해 6월 일정한 제한 범위 내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를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방 차관은 “대형병원이 원격의료 수요를 독점할까봐 의사들이 반대하는데 정부안은 상급, 종합병원이 아니라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했다”며 “‘한 번 허용하면 결국 (대형병원까지) 다 하는 것 아니냐’며 (환자 대상 원격진료를) 원천적으로 못 하게 하는데 상급병원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놓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또 “복지부에서 시범사업을 조금만 확대하려고 하면 ‘원격의료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반발해 현재 미래부 예산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원격의료를 모두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산골 오지나 원양어선 등 가끔씩 환자가 생기는 지역에 공보의(공중보건의사)를 모두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일부 지역에 도입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공동취재단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