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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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美, 쿠르드계 민병대 중무장 허용 실책”

“테러단체 PKK 시리아 지부” / 쿠르드계 독립 시도 우려 경계
미국이 골칫거리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시리아 쿠르드계 민병대의 중무장을 허용하자 터키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미국과 터키 양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규탄했다. 미군의 쿠르드 반군 무장 승인은 테러단체에 무기를 쥐여준 꼴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실책을 즉시 번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때 터키의 우려를 설명할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이 테러조직보다 터키 편에 서기를 원한다고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누레틴 자니클리 터키 부총리도 TV 인터뷰에서 “터키 미래를 위협할 테러조직의 존재를 용인할 수 없다”며 “미국이 테러조직과 함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몬테네그로를 방문 중인 메블뤼트 차부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기자회견에서 “YPG 손에 들어가는 모든 무기가 터키에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IS 격퇴전의 핵심 전력인 YPG를 중무장하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YPG는 시리아 IS 격퇴전의 지상군인 쿠르드·아랍 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주력이다.

그러나 터키는 YPG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세력 PKK의 분파 조직으로 분류하고,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계의 독립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YPG의 세력 확대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데이나 와이트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동맹 터키의 안보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추가 안보 위협을 예방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터키 정부와 국민에 확신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무기·장비 지원을 받게 된 YPG는 미국의 결정을 즉각 환영했다. YPG 대변인 레두르 칼릴은 “역사적인 결정으로 대테러전에서 더 효과적이고 강력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