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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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장 물먹은 軍, 장관도 민간 출신?

軍 출신 배제에 실망 기색 역력 / 文 대통령 ‘국방부 문민화 공약’ / 靑은 “지금 당장은 아니다” 신중 / 軍 출신 송영무, 민간 장영달 거론
“군인이 무슨 얘기를 하겠나. 세상이 변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전 주(駐) 제네바 대사를 임명해 물밑에서 진행돼온 외교관과 군 출신 간의 안보실장 인선을 둘러싼 전투는 군이 패했다는 반응이다.

군 출신 안보실장 후보엔 예비역 대장인 더불어민주당 백군기 전 의원이 거론됐었다. 국방부는 이날 안보실장 등 후속인사 발표에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내심 실망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군 출신 고위 인사가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한 데 따른 서운함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는 안보실장에 잇따라 기용된 김장수 주 중국 대사, 김관진 전 실장과 박흥렬 전 경호실장까지 육군 대장 출신 예비역이 3명이나 포진했었다.

답변하는 정의용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21일 춘추관에서 자신의 인선 사실이 발표된 뒤 북핵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달리 새 정부가 향후 군 출신 인사를 중용하지 않을 것이란 기류가 팽배해지고 있다. 군 출신 인사의 안보실장 배제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다는 외교와 통상 문제에 더 치중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실장 인선 배경에 대해 직접 외교와 안보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했다.

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이 기용되면서 국방부 장관에는 어떤 인물이 기용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을 장관에 임명한다는 의미의 국방부 문민화를 공약한 데다 개혁을 목표로 검찰과 마찬가지로 국방부도 파격적인 발탁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기 전인 1·2공화국에서는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 상당수 배출됐다.

청와대는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 신임 안보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문민 국방부 장관에 대해 “후보 시절에 국방부 문민화를 말씀하신 게 있는데 그런 노력은 아마 당장 이뤄지기보다는 차차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에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 안보실에 합류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 1·2차장 중에 군 출신이 기용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 중에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해사 27기) 등이 거론되고, 민간에서 발탁할 경우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민주당 장영달 전 의원과 안규백 의원 이름이 나온다. 정치권 인사는 “민간 출신 장관이 부담되면 차선책으로 육군이 아닌 해군이나 공군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세워 육군 위주의 군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