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일 지음/기파랑/1만7000원 |
일본에 ‘세카이’(世界)라는 잡지가 있다. 1946년 창간된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종합잡지다. 세카이는 김일성 인터뷰는 물론 북한 방문기를 연재하는 등 북한에 매우 호의적인 논조를 보인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늘 비판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한상일 국민대 교수가 여기에 관심을 가졌다. 창간호부터 40여년간 세카이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를 분석한 한 교수는 “세카이가 주장하는 ‘북한-선’, ‘남한-악’의 단순 논리는 실체나 경험에 근거한 평가가 아니고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1946년부터 1989년까지 세카이를 분석한 1장 ‘오만과 편견-세카이의 남북한관’에서는 한국전쟁 이전의 역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진지하게 성찰해 왔던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전후 남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북한에 대한 평가에서 ‘비이성적이고 전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한 교수는 그 이유를 “일본의 진보 지식인들은 이상은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일본이라는 장에서 주도적으로 실천해 볼 수 없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나 좌절감, 결핍감이 한국과 같은 특수한 역사적 관계를 가졌던 나라의 정치에 과도하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또한 남과 북에 대한 이상과 현실을 균형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최근 한 대학교수가 기고한 것으로 밝혀진 ‘한국으로부터의 통신과 TK생’(4장)편에서는 “세카이가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시리즈는 실은 한국의 어두운 이미지를 극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후 세대에게 부정적 한국상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