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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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측근들 공사수주 외압 의혹…체포영장 검토

측근 청탁받고 대우건설·土公 등에 "도와달라"

정상문·홍경태씨 出禁 요청·체포영장 검토

경찰, 정·홍씨 이용 알선료 9억뜯은 50대 구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을 지낸 정상문(62)씨와 홍경태(53) 전 행정관이 특정 업체의 대형공사 수주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25일 이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정씨 등이 27일까지 예정된 3차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이르면 이번 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정씨 등과의 친분을 이용해 대우건설과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공사를 하청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S건설에서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11차례에 걸쳐 9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횡령)로 중소기업 D사 대표 서모(55)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정씨와 홍씨 등 5명에게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소환을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2005년 10월 평소 ‘호형호제’하던 홍씨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나 대우건설이 발주하는 부산 신항 북컨테이너 부두공단 배후부지 조성공사를 S건설이 하청받게 해 달라고 청탁했다. 홍씨는 박세흠 당시 대우건설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 사장은 부하직원을 통해 S건설이 다른 업체의 입찰가를 열람하도록 해 입찰 최저가인 96억원에 공사를 따내도록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씨는 이 공사의 수주 대가로 S건설에서 2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또 2006년 9월 홍씨 등을 통해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영덕∼오산 간 도로공사를 S건설이 하청받는 조건으로 대우건설이 수주하도록 도와준 뒤 S건설에서 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서씨가 2006년 7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군산∼장항 간 호안공사(2800억원 상당)도 “SK건설이 수주해 하청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며 S건설에서 4억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하고 실제 청탁이 이뤄졌는지 파악 중이다.

서씨는 당시 정씨 등에게 수주 사례비로 줘야 한다며 돈을 받아 자신의 부도 채무금을 변제하고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서씨가 청탁했다고 진술한 대형건설사 2곳의 공사는 실제 S건설로 재하청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국토지공사에 청탁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씨 등과 S건설이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운 대우건설의 박 전 사장, 김재현 전 한국토지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생수 자동화설비 기계류 제조 생산납품 업체를 운영하던 서씨는 1996년 생수회사 장수천 대표인 홍씨에게 약 16억원의 생수 자동화 시설을 납품하면서 친분을 맺었다. 서씨는 이 과정에서 대금 5억원을 받지 못하자 홍씨에게서 연대보증인이 ‘노무현’이라고 적힌 ‘현금 보관증’ 1장을 교부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후 홍씨가 청와대로 진출한 뒤 이 같은 이권 청탁을 대가로 채무를 변제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과 홍 전 행정관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부산상고 인맥으로 홍씨는 한때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소유주였던 생수회사 장수천 대표를 지냈고,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로 최근 S해운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찰에 수주 청탁 의혹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S건설 장모 대표이사는 이날 “구속된 서씨가 (수주 청탁을 위해 가져간)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대규모 종합건설 공사를 직접 맡을 수 있는 일반건설업체가 아닌 전문건설업체이기 때문에 직접 수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민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