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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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알바수준 ‘용돈벌이’ 상대적 박탈감… 20代 절망 키운다

비정규직 평균임금의 91% 수준…정규직과도 격차 갈수록 벌어져
이주외국인노동자보다 소득 낮아
취업난 탓 세대·인종 갈등 우려도
‘88만원 세대’의 절망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11일 통계청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 연령별 평균임금’ 조사에에 따르면 2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는커녕 물가 상승률 수준의 임금 인상조차 기대할 수 없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심각한 취업난 탓에 아르바이트 수준의 용돈벌이가 사실상 고정수입의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임금조차 거꾸로 가는 20대 비정규직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20대 비정규직 근로자가 벌어들인 돈은 한 달 평균 122만8000원으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134만8000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10대(53만원)와 60세 이상(83만8000원) 비정규직 근로자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2008년만 해도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124만원)은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129만6000원)의 95% 수준이었다. 이러던 것이 지난해엔 91% 수준까지 떨어졌다.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08년 대비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연령대 비정규직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했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갈수록 벌어져

임금이 뒷걸음질하다보니 정규직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08년 157만원에서 지난해 170만5000원으로 13만5000원(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3∼4%임을 감안하면 20대 정규직의 임금 상승률은 비교적 완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이 1만원 이상 쪼그라들어 사실상 제자리걸음하면서 20대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2008년 33만원에서 지난해 47만7000원으로 벌어졌다. 20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연봉 격차는 2008년(각 1884만원, 1488만원) 396만원에서 지난해(각 2046만원, 1473만원) 573만원으로 더욱 멀어졌다.

◆이주노동자보다 못한 처지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세대내, 세대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대 청년층의 경우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처럼 시간제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나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영향으로 임금과 근로조건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일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고용정책도 필요하지만,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최저임금 기준과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들이 우선 지켜지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대 비정규직의 궁핍한 상황이 노동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이 150만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자리를 빼앗긴 젊은 층들이 이주 노동자에 불만을 가질 소지가 다분하다”며 “지금은 이주 노동자와 국내 청년 일자리 시장이 그다지 겹치지 않아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노동시장에서 사상 유례없는 인종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준모·이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