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기억’은 퇴직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물이다. 한 여성의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을 심리주의적으로 접근하며, ‘문체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언어나 수사에 몰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서사의 진술력이 떨어져 장편 장르에 부적합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먼저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영화 시나리오에 더 가까운 구성과 전개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정된 문장과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배치하는 면에서 문학적 수련의 흔적이 역력했다.
어떤 소재라도 소설로 ‘만들어 낼’ 역량이 있으리라는 기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연했다. 솜씨가 돋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재주를 뽐내는 것은 하수(下手)의 재주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서사의 얼개가 허술해진 공간을 인류학·미술학·인문학 등의 지식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현학적인 느낌을 주는 한편 주제를 힘 있게 끌고 나갈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거론된 두 작품은 사회적 패자, 이른바 ‘루저’를 주인공으로 하여 삶과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인간’을 서술하는 관점에서 얼마간 입장의 차이를 보였다.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경우 상처 입은 존재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치유의 풍경이 ‘사람 냄새가 나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바람을 충족시켰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소설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패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파토스로 작용해 감동을 준다. 고단한 시대를 반영하듯 날로 사납고 강퍅해지는 소설과 등장인물들 속에서 당선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따뜻한 저항으로 가만히 도드라진다.
박범신, 김형경, 은희경, 서영채, 방현석, 김미현, 김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