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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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th BIFF] '화장' 임권택 감독 "102번째 작품… 잘못하면 욕바가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 될 영화 ‘화장’이 윤곽을 드러냈다.

임 감독은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화장’(제작 명필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고, 잘하면 칭찬을 들을 것”이라며 농 섞인 소감을 밝혔다.

이날 그는 원작자인 김훈 작가를 두고 “그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이나 박진감들을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게 해볼 만하지만, 반면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화장’은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길 예정으로, 암 투병 중인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고 번민하는 한 중년남자의 갈등을 그린다. 주인공인 중년남자 오상무 역에 배우 안성기가 캐스팅된 상태다.

임 감독은 “남자 주인공의 마음결을 잘 따라가볼 생각”이라며 “임권택의 영화는 모든 촬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지금으로서는 영화가 어떻게 찍힐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답할 길이 없다”고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배우 안성기는 “김훈 작가가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저도 책을 읽었는데 ‘내가 이 남자주인공을 하면 좋겠다. 나이대도 딱 맞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화돼 가슴이 벅차다. 늘 연기를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주연으로 캐스팅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은 본능과 본성에 대해 치밀하게 묘사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번 연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 어느 때보다 몰두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김훈 작가는 임 감독과 안성기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 영화계의 두 거장이 원작소설을 영화적으로 해석한다고 해서 걱정 없이 좋은 영화로 만들어주실 거라 기대한다”고 흔쾌히 영화화를 허락한 이유를 밝혔다.

임 감독의 102번째 작품 발표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세계 수많은 영화제를 돌아다녀봤지만, 한 감독이 102번째 작품을 찍었다는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102번째란 기록은 기네스에 오를 만하다”고 말했다.

‘화장’은 현재 캐스팅 및 시나리오 막바지 작업 중이며, 오는 12월 크랭크인에 들어가 내년 3월 크랭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임권택 감독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회고전 ‘한국영화의 개벽-거장 임권택의 세계’가 관객들을 맞고 있다.

부산=현화영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