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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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기획] 부산국제영화제 '명과 암'… 누가 울고 웃었나

깊어가는 가을, 영화의 바다는 출렁인다.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지난 3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세계 70개국 301편의 작품들이 부산을 찾은 영화팬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전년에 비해 상업성·오락성보다는 작품성·실험성으로 중무장한 아시아 영화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영화를 사랑하는 BIFF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2011년 개관한 영화의 전당 역시 2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관객 편의에 한 발 더 다가간 모습이다.

하지만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크고 작은 사건들도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막식 당일에는 영화제의 취지를 망각한 일부 여자 연예인들의 과도한 노출 경쟁이 누리꾼들의 도마에 올랐고, 배우 강동원은 레드카펫 불참 문제로 BIFF 측과 진실공방을 벌였다. 올해 부산영화제 이슈들을 모아봤다.

◆UP: 하정우·박중훈·추상미, 감독 된 배우들 ‘눈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에는 감독으로 변신한 배우들의 작품이 세 편이나 포함돼 있다. 올해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의 주연배우로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하정우는 자신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는 기쁨을 누렸다.

6일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펼쳐진 롤러코스터 야외 무대인사에는 하정우 감독을 비롯해 정경호 최규한 한성천 등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시민 1800여명이 몰려들어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날 하 감독은 배우 류승범으로부터 스토리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극 중 욕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것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박중훈 감독은 무려 데뷔 28년 만에 영화 '톱스타'로 감독 변신을 감행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려한 연예계 뒤에 숨겨진 비정한 세계를 베테랑 연기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엄태웅 소이현 김민준 등이 기꺼이 선배의 작업에 동참했다.

박 감독은 영화제 기간 동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봉일이 오는 24일로 잡혔다”면서 “그래서 23일 이민 가려고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있다”고 농담 섞인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톱스타' 역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이번 부산영화제 기간에 관객들과 만난다.

여배우 추상미도 ‘감독’ 타이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는 ‘와이드앵글-한국 단편’ 부문에 초청받은 20분짜리 단편 ‘영향 아래의 여자’를 연출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연수가 3건의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 동창생을 찾아가지만, 실패하고 대신 산부인과를 찾아가 불법 영업을 하게 되는 내용을 그렸다. 그의 연출 도전은 2010년 발표한 단편 ‘분장실’(25분) 이후 두 번째다.

◆DOWN: 개막식 레드카펫은 여배우 노출 경연장?

지지난해 오인혜, 지난해 배소은이 있었다면, 올해는 강한나(24)·한수아(26)가 레드카펫을 ‘올킬’했다.

지난 3일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펼쳐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이날 수많은 배우와 스타들이 식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단연 이슈가 된 배우는 영화 ‘친구 2’에 나란히 출연한 강한나와 한수아였다.

배우 하정우와 같은 소속사인 강한나는 이날 앞태가 아니라 뒤태에 포인트를 주다 보니 엉덩이골까지 드러낸 파격 섹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누리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수아는 드레스 위와 아래 모두 노출이 상당한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볼륨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들의 패션은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한껏 멋을 부린 스타들이 팬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화기애애한 자리인 레드카펫 행사가 신인 여배우들의 ‘노출 경연장’, 혹은 ‘이름 알리기’ 이벤트로 전락해버렸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앞서 오인혜, 배소은 등 무명에 가까웠던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야한’ 드레스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바 있고, 올해는 강한나·한수아가 개막식이 열린 이후부터 약 하루 동안이나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머무르며 누리꾼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이에 연예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배우 이켠, 방송인 남희석 등은 자신의 SNS에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UP: 최승현(탑), 이준 등 男아이돌 배우들의 활약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20대 파워’로는 최승현(빅뱅·탑)과 이준(엠블랙) 등 남자 아이돌 배우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등장에 부산 시내가 들썩였다.

최승현은 2010년 ‘포화 속으로’(감독 이재한) 이후 3년 만에 ‘동창생’(감독 박홍수)으로 영화판에 돌아왔다. 개막식 당일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레드카펫을 당당히 밟은 그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김유정 등과 함께 다음날 남포동 야외 무대인사와 오픈토크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해운대를 찾은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승현은 5일 오후 7시 부산 파크 해운대 마린시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파티인 ‘아시아스타 어워즈’에서 한국배우로는 유일하게 신인상을 수상해 인기를 입증했다.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영화 ‘배우는 배우다’(감독 신연식)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 역시 배우 강신효, 신연식 감독과 함께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4일 야외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GV), 5일 다음 스타&쉐이크 등 영화 홍보에 열과 성을 다했다.

배우 유아인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로 주목받았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에서 타이틀롤을 연기한 그는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배우 김해숙 등과 함께 개막식 레드카펫, 스타&쉐이크 등에 참여했다.

◆DOWN: 사건·사고… 강동원 vs BIFF ‘충돌’ 外

반면, 개막식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된 배우도 있었다. 충무로 톱스타 강동원이 바로 그 주인공. 부산영화제 사무국은 개막식 당일 갑작스럽게 “강동원이 개막식 레드카펫과 기자회견, GV 등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참 통보를 해 취재진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 강동원 소속사 관계자는 “이틀 전 영화제 측으로부터 갑자기 레드카펫 참석 요청을 받았고, 기존 스케줄 때문에 불참의사를 밝혔다. 당초 GV에는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영화제로부터 레드카펫과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을 거면 GV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해명해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BIFF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는지, 남동철 한국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는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강동원 소속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강동원 측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바람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강동원은 대형 영화관 체인 CJ CGV가 기획·제작한 최초 스크린X 기법의 영화 ‘더 엑스’(감독 김지운)에서 주인공 엑스 요원 역을 맡아 군 제대 후 오랜 공백기를 깨고 관객들과 만났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모 월드스타가 소속된 대형기획사의 간부는 늦은 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개막식 뒤풀이를 하다가 다른 매니저와 시비가 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나가다 이들을 알아본 기자와 관계자들이 싸움을 말렸지만 “내가 ◯◯ 기획사 이사인데, 내가 아는 어깨들(조직폭력배)을 불러 가만 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으며 난동을 부리다 지나가던 시민들을 다치게 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사태는 진정됐다.

한편, 유명 여배우가 소속된 기획사의 대표도 함께 술을 마시던 일행과 시비 끝에 의자를 던져 지나가던 택시가 파손되는 등 영화제와 관련한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 영화제의 명성에 누를 끼치기도 했다.

현화영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