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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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화성탐사선 발사에 배 아픈 영국

5일(현지시간) 인도의 화성탐사선 발사를 바라보는 옛 식민 지배국 영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인도인 태반이 굶거나 자연재해로 죽어나가 자국으로부터 매년 3억파운드(약 5780억원)를 원조받는 처지에 어디 한가하게 ‘우주쇼’나 벌이냐는 힐난조 일색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도의 화성탐사선 ‘망갈리안’(개념도)이 5일 오후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스리하리코타 섬에서 발사됐다. 만약 망갈리안이 내년 9월쯤 화성 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인도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탐사선을 화성에 보낸 나라가 된다. 일본과 중국은 화성 진입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지금까지 화성에 우주선을 보낸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 뿐이다.

진보성향인 가디언은 이번 발사가 신흥개발국 가운데 경쟁국인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의 유명 과학평론가인 팔라바 바글라는 “지난 세기 미국과 옛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였듯이 21세기 우주는 인도와 중국의 경쟁무대”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사는 인도의 국내 정치적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국민과 여당으로부터 부패와 무능 정권이란 비판을 받는 만모한 싱 인도 내각이 ‘정국 돌파용’으로 망갈리안 발사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보수성향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노골적으로 ‘인도는 우주개발 대신 기근·질병에 허덕이는 자국민이나 신경쓰라’고 훈계했다. 망갈리안 발사 예산 7400만달러를 비롯해 인도의 연간 우주개발 예산은 10억달러로 이 돈이면 인도 공공보건 및 복지 상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고로 인도의 공공보건 예산은 약 2조달러인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불과하다. 12억 인도 인구의 약 3분의 2는 하루 2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극빈층이다. 또 인도 어린이의 40%는 영양실조 상태이며 인구의 절반가량은 제대로 된 화장실을 갖고 있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부가 이번 발사에 투입된 1만6000명의 과학자·기술자들을 공공보건 분야에 투입하는 게 국가적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번 양보해 화성탐사선 대신 대기권에 기상·통신·군사 등의 위성을 쏘아올렸다면 1999년 사이클론으로 1만여명이 희생되는 재앙은 막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