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걸그룹 ‘2NE1’의 인기 멤버 박봄(31·사진)씨가 해외 우편을 이용해 마약류의 일종인 암페타민을 다량 밀수입하다 적발됐으나 검찰이 입건유예로 처벌을 면해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입건유예란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처벌도 하지 않겠다는 검사 결정이다.
마약범에 이 같은 ‘면죄부’를 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고 있다. 30일 검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10월12일 국제 특송우편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82정을 미국에서 밀수입하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적발됐다.
박씨가 몰래 들여온 암페타민은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각성제)로 오·남용 시 인체에 미치는 해가 커 대통령령으로 복용을 규제하고 있다. 암페타민은 특히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과 화학구조가 유사해 수사기관에선 사실상 필로폰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합성마약이다.
박씨의 마약류 밀수 사실은 세관 적발 당일 인천지방검찰청에 통보됐고, 검찰은 수사관을 보내 박씨의 밀수 사실을 확인한 후 일주일 뒤인 10월19일 정식 내사 사건으로 접수해 검찰 전산망인 ‘형사사법망’에 올렸다.
검찰은 그러나 내사 사건 접수 후 42일 만인 11월30일 박씨 사건을 입건유예하기로 결정하고 내사를 중지했다. 입건유예란 내사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로, ‘범죄 혐의는 있으나 입건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내리는 조치다. 통상 내사 사건을 수사로 전환할 때는 ‘입건’ 또는 ‘등록’한다고 표현하며, 이때부터 피내사자 신분은 피의자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박씨 사건은 입건유예로 처리돼 내사가 종결됐고, 박씨는 처벌을 피하게 됐다. 검찰이 암페타민 밀수입 사건 당사자를 입건유예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마약 수사 경력이 있는 한 검사는 “통상 암페타민 밀수범은 초범이라도 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상황에 따라 마약범을 일단 입건한 뒤 기소유예(범죄가 확인됐으나 여러 정황을 감안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검사 처분)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입건 자체를 안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사건을 처리한 신모(42) 검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신 검사는 현재 인천지검을 떠나 재경 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준모·조성호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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