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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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행위’ CCTV 속 인물 정밀 대조

경찰, 김수창 제주지검장 수사…동일인물 여부 분석작업 돌입
검찰이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김수창(52·사진) 제주지검장의 신병처리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음란영상을 확보해 대조작업을 하고 있으며, 김 지검장은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지검장에 대한 직무 배제가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혐의 사실인정으로 비칠까봐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경찰, 음란행위 영상확보

경찰은 17일 사건을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성폭력수사대에 넘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수사대는 남성이 분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 그 남성이 김 지검장이 맞는지를 정밀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인근 건물 CCTV에서 김 지검장이 12일 오후 10시 10분쯤 관사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했고, 언제 관사에서 다시 나왔는지를 확인 중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여고생 A(18)양이 지난 12일 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학생은 겁을 먹고 이모와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어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이모부는 같은 날 오후 11시58분쯤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 등 2명은 바로 순찰차를 타고 출동, 분식점 주변을 돌았다. 경찰은 분식점 앞 테이블에 앉았던 남성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른 걸음으로 10여m를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 붙잡았다. 당시 김 지검장은 파란색 상의와 흰색 바지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김 지검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대신 동생의 이름을 말했다가 지문조회 결과 신원과 지문이 다르게 나오자 나중에 스스로 이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치장에서 밤을 보낸 뒤 오전에 풀려났다. 

◆김수창의 변명 “오해살까봐”


김 지검장은 17일 예고없이 서울 서초동 기자실을 찾아 경찰조사에서 동생 이름을 댄 배경에 대해 “제주지검장이 입건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망신을 당할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장 신분이 조금이라도 (진상규명에)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청하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제주지검장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인데 ‘자기사건’을 지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수사결과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김 지검장에 대한 처리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김 지검장을 제주지검장 자리에 그대로 둘 경우 수사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김 지검장에게 ‘직무 배제’ 명령을 내리기도 어렵다. 자칫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는 탓이다.

대검은 당장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된 CCTV 등만으로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가 더 필요하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감찰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