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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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라크 쿠르드족 국경 통과 허용

코바니 사수 위해 시리아行 지원
"IS격퇴 뒷짐" 여론에 태도 바꿔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 코바니를 포위한 상황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던 터키가 입장을 바꿨다. 코바니를 돕기 위해 이라크 쿠르드족이 터키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우리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군 페슈메르가가 코바니로 넘어가는 것을 도와 주고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이 자국 내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됐다며 코바니 군사지원을 거부해왔다.

터키 정부는 또 전날 미국이 수송기를 이용해 KRG가 제공한 무기와 탄약 등을 코바니에 공수한 것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에 무기 공수방침을 알리고 일시적 조치라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터키의 입장 변화에는 최근 터키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와 IS 지원 의혹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은 터키가 국경 통제를 느슨하게 해 외국인들의 IS 가담을 방치하고 IS가 터키로 석유를 밀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 등은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에서 터키가 스페인과 3차 투표까지 가서 탈락한 배경에는 최근 코바니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강경책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