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인 새해 들어 한반도 상공에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교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남북대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소니사 해킹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화끈한 대화 제의를 받아들고 회답 내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새 국면이 펼쳐진 남북관계를 전망해본다.
정성장(사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가 이번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골든타임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수층의 지지 속에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선거가 있는 내년이 되면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5·24조치가 해제되지 않으면 북한 입장에서 양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남북교류를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야말로 현 정부가 부담을 갖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이룰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포기를 전제한 남북정상회담’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대외안보환경의 악화에 따라 핵개발을 강행했다”며 “북한이 안보에 대한 국제적 보장 없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6·25전쟁 도발, 아웅산 테러 등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천안함 폭침 책임도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그런 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남북이 (근본주의적 입장보다) 얼마나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는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발 북한 제재가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동시에 두 개의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며 “과거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때 북한은 북·미관계가 악화하자 남북 관계에 (민족이라는)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해야 한다”면서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전선부 간 회담이나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를 검토하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남북한에서 최고 지도자가 갖고 있는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고 관료들의 정책결정권은 빈약하다. 장관급 회담이나 차관급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정상회담 추진에 방점을 뒀다. 그는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총리회담과 장관급 회담 등 다양한 회담이 있었지만 북한이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2007년 2차 정상회담 합의만을 강조하는 일은 이런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로 북한에 미국,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도 우리 정부와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북·중 정상회담도 쉽게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정권에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여전히 남북대화의 걸림돌인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문제 등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북측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