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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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안전점검도 안받아… 예고된 인재

두 가족 5명 참변…강화 글램핑장 화재 피해 왜컸나
22일 심야에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강화군 글램핑장 화재현장에서 인근에 있던 어른들이 사고 텐트에서 한 어린이를 급하게 대피시키고 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잡힌 화면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중학교 동창생 두 가족이 주말을 맞아 하룻밤 묵었던 텐트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5명이 숨진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22일 이른 오전 인천 강화군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글램핑장의 텐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어린이 3명 등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7명 가운데 6명은 중학교 동창 사이인 두 남성의 일가족으로 확인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된 시간대별 화재 상황
◆불꽃은 텐트 안 바닥에서 일어나

이날 불은 오전 2시9분쯤 텐트 안에서 초롱불 같은 불꽃이 번쩍한 직후 발생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캠핑장 내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불꽃이 일어난 뒤 3분 만에 텐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일부 사망자는 대피하려는 흔적 없이 똑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다. 잠든 상태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불로 이모(37)씨와 첫째(11)·셋째(6) 아들이 숨졌으며, 이씨의 중학교 동창 천모(36)씨와 천씨의 아들(7)도 사망했다.

이씨의 둘째 아들(8)은 인근 텐트에 있던 박모(43)씨와 펜션 관리인 김모(53)씨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박씨는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옆 텐트에서 불이 났으며, 텐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 쪽에 앉아서 울고 있던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고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차 출동도 무소용, 화재에 취약한 ‘인디언 텐트’

소방당국은 오전 2시13분 최초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10분 정도 지난 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해당 텐트시설은 이미 사실상 전소된 상태였다.

불이 나자 인근 텐트 이용자들이 캠핑장 마당에 있던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고 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화재가 난 캠핑장의 텐트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돼 있다. 화재가 난 캠핑장에서 사용된 텐트는 ‘인디언텐트’로, 작은 화재에도 연기가 안으로 흡입되는 구조로 이뤄졌다. 북미대륙 인디언 원주민들이 사용한 원뿔형 천막 ‘티피’ 모양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바닥면적 16㎡에 높이 4∼5m의 원뿔형이다. 6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출입문은 하나다. 1m 남짓한 높이의 출입문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말아 올려야 하는 형태여서 조명을 끄면 문이 어디인지 찾기 어려운 구조다.

국립과학수사원과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들이 22일 인천 강화군의 글램핑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강화=이재문 기자

◆임대업자는 화재보험 미가입, 넋나간 가족

경찰은 이날 펜션·캠핑장 임대업주 김모(62·여)씨와 관리인인 김씨 동생을 상대로 화재 당시 상황과 소방시설 현황 등을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15일 유씨와 임대차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 펜션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감식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텐트 안 바닥에 깔린 실내 난방용 전기패널에서 누전 등으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사망자 5명 전원의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할 예정이다.

해당 펜션과 캠핑장은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보상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펜션은 공중위생 관리법에 따른 숙박업이 아니라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관광편의시설로 분류돼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변을 당한 두 가장은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이로 봄날을 맞아 캠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한 가장은 이혼한 상태여서 아이들만 데리고 나들이에 나섰다. 아들과 손자(첫째, 셋째) 둘을 한꺼번에 잃은 이씨의 아버지는 둘째 손자가 입원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 병원에서 멍하니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인천=이돈성·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