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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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의 장그래'…30대, 13년간 500번 낙방

 

10여년간 수백차례에 걸쳐 이력서를 냈는데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남자가 있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웨일스에 사는 한 30대 남성이 이 같은 일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냄과 동시에 눈길을 끌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남성은 웨일스에 사는 휴 에반스(34)다. 웨일스의 글라모건(Glamorgan)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에반스는 지난 2002년 졸업 후, 13년간 500회에 걸쳐 이력서를 냈음에도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에반스가 어떤 일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계약직’이었다는 게 문제다. 에반스에게 정규직이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에반스는 “친구와 가족들은 어째서 내게 면접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지 모른다고 한다”며 “나의 본질적인 문제가 뭔지 알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에반스는 시간을 보내는 틈틈이 노력한 끝에 시집 두 권을 완성했다. 그는 조만간 소설도 펴낼 계획이다. ‘구직의 늪’에 빠졌다고 판단한 에반스가 내놓은 일종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에반스는 “내 학력이 생산직에 들어가기에 너무 과하다는 말을 직업센터에서 들은 적 있다”며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에반스의 '스펙'이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보수당 하원대표는 에반스의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에반스 같은 청년들을 위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즉시 취직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조만간 에반스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메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