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한 10세 소녀를 두고 ‘낙태하라’ ‘낙태하지 말라’로 국민 여론이 양분된 가운데 현지의 한 지도인 종교자가 이 같은 현실을 개탄했다.
파라과이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주교의회 의장인 클라우디오 기메네스 추기경이 최근 설교에서 “이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며 “일부는 태아 단계인 무고한 생명의 살해를 뜻하는 ‘낙태’의 합법화를 원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기메네스 추기경의 말을 거들 듯 에스페란자 마르티네스 상원의원도 “소녀가 아이를 낳을 것인지를 논하는 과정에서 정작 본인의 생각이나 신체적 상태는 도외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티네스 의원은 상원에서 “소녀는 한낱 자궁이자 정액이 흐르는 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라과이에서는 임신이나 출산이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로 판단될 때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10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소녀의 의붓아버지 베니테즈 사라테(42)가 지난 9일(현지시각)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소녀를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친모도 긴급 체포했다. 소녀는 지난달 21일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21주째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CNN 영상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