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주류도 비주류도… "설마가 현실로" 충격

충격의 野… 긴박했던 주말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결심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오후부터 탈당 선언이 나온 13일 오전까지 2박3일, 40여 시간 동안 태풍이 지나갔다.

토요일인 12일에는 비주류 모임인 구당모임과 2020모임이 문재인 대표에게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받을 것을 종용하는 성명을 냈다. 애초 탈당 결심 소식을 전한 송호창 의원은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당일 오후 8시30분엔 의원 50여명이 지역구 일정을 중단하고 국회에 모여 긴급간담회를 열고 문·안 담판 회동을 요청했다. 20여명은 간담회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간담회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수도권 모임의 요청에 따라 오후 6시가 돼서야 급하게 소집됐지만, 위기감이 상당해 호응이 컸다는 전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가 2012년 대선을 며칠 앞둔 12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유세에 깜짝 등장해 자신이 매고 있던 노란색 목도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0시에는 중진인 박병석, 원혜영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안 전 대표를 찾아가 탈당을 만류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자신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문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한 데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하느냐”며 반발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고성도 들렸다. 안 전 대표가 “저는 개인적인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문 대표가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았으면”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대답하고도 속이고 또 속이니까···”라며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세 의원이 안 전 대표와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 대표에게 “일단 오시라”고 요청했고 문 대표가 13일 오전 1시쯤 안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예고 없는 방문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30분 동안 문 밖에서 기다렸고 안 전 대표가 나와 문 대표에게 짧은 악수를 건네며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하자”고 말해 만남은 결국 싱겁게 끝났다. 지난달 28일 양자 회동 이후 이뤄진 처음이자 마지막 ‘대면’이었다. 당시 안 전 대표가 만남을 거절한 이유도 “서로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만나냐”는 것이었다.

이날 오전 박병석 의원이 문 대표의 구기동 저택을 방문해 다시 대화를 종용했고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두 차례, 박 의원이 안 대표에게 한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안 전 대표가 받지 않았다고 문 대표 측은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자택에서 국회로 오는 길에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13분간의 통화로 둘은 끝내 결별을 확인했다.

홍주형 기자